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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이래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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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우 [krieg] 쪽지 캡슐

2000-05-14 ㅣ No.633

안녕하세요? 이번주는 명동의 전례담당 신부님이신 이요섭(요셉)신부님의 글입니다...

 

아니 신부님의 글이 아니라 신부님께서 얼마전에 혼배주례를 하셨는데요. 신랑신부에게 숙제로 서로에게 편지를 써오게 했거든요...그 내용인데요...너무 너무 아름다운 내용이라

 

신자여러분에게 공개하신거예요.. 마니마니 읽어보시구요...혹 결혼하시는 분들이 계시면요 이분들과 같이 서로에게 편지를 써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이번 한주간도 사랑이 넘치는 한주 되시기 바래요...

 

 

 

안젤라님께

 

전장에 나갈 때 한번 기도를 합니다.

 

바다에 나갈 때 두 번 기도를 합니다.

 

결혼을 할 때에는 세 번 기도를 합니다.

 

나는 아마도 세 번은 훨씬 넘은 것 같습니다.

 

주님께 다시 한번 소원합니다.

 

서른 셋, 아직도 부족함이 많은 저 이지만 새로운 가정을 위해 성실과 정직과 웃음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그리고, 당신께 약속합니다.

 

당신이 힘들 때 언제나 그 곁에 내가 있을 겁니다.

 

당신이 고통받을 때 나는 더 고통스러울 겁니다.

 

당신이 고단할 때 나는 그늘을 만들어 두고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당신의 가족은 이미 나의 가족입니다.

 

모든 고민과 기쁨을 함께 나눌 준비가 나는 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지만 아직도 우리는 서로에게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성급히 모든 것을 알고 싶지 않습니다.

 

함께 하나 하나 이해하면서, 또 슬기롭게 기다리면서 주님과 함께 헤쳐 나가길…

 

나는 당신께 최고의 남편이 될 것을 약속하지 못합니다. 다만, 최고로 노력하는 남편이 되고자 약속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또,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둘로 인하여 행복해 질 수 있도록 힘든 길이지만 나와 손잡고 웃으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사랑합니다.

 

 

 

사도 요한님께

 

오늘의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을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동반자와 함께 영원한 기억속에 간직하며 되새길 수 있도록 하여 주신 주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풋내기 신입사원으로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던 그 어느해 봄! 너무도 값진 땀을 흘리며 일에 전념하시던 당신은 제게 진실되고 정성 가득한 삶의 모습과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그러한 열정적인 당신과 시간의 틀에 한수 한수 수를 놓듯 우리의 울창한 숲을 가꿔가게 됨이 더없이 행복합니다.

 

앞으로의 시간들 속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때도 많겠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실망하고 아쉬움도 남기고, 아픔을 주기도 하겠지요. 그런 힘든 시기마다 당신에게 있어, 늘 그 옆을 지키며 비를 막아주고 햇살도 부어주며 사랑으로 쓸어주고, 보듬어 안아주는 따뜻한 반려자가 되도록 부족하나마 노력하려 합니다. 나의 다른 얼굴인 당신께 아니 당신의 한 지체인 제가 당신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가며 미소지을 수 있고, 우리가 속한 모든 곳에서 특히 작고 어두운 곳에서 서로의 빛이 되어주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의 순간들을 자축하며 이렇듯 어엿하고 멋지게 키워주신 양가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잘 살겠습니다.

 

2000년 5월 6일 당신의 아내 안젤라 드림

 

 

 

이 글은 지난 5월 6일 본당에서 혼인성사를 받으신 김상욱(요한),이지영(안젤라)님이 혼인날에 서로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두분의 혼인을 다시 한번 축하 드리며 혼인성사를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두분의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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