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6월 2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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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6-02 ㅣ No.89

10:30 - 지하철 노조원 집행부 경찰에 자진출두

      100여명의 지하철 노조원들이 모였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는 가운데 힘차게 노동가를

      부른다. 중부경찰서가 제공한 미니버스에 집행부들이 올라 탄다. 안타까운 시선들이

      버스를 쫒는다.

        다른 지하철 노조원들이 성당 마당의 천막을 철거하기 시작한다. 3시간의 철거작업이

      끝나면서 43일간의 투쟁이 막을 내렸다. 95년도의 75일간의 투쟁에 비하면 한달여의

      시간이 줄어든 샘이다. 그동안 무엇을 얻었으며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가?

 

10:50 - 민노총의 대외협력 국장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그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시커멓게 자란 수염사이로 미소를 짖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오늘 지하철 노조원들이 자진출두해서 시원섭섭하시겠다고 말하며 조만간  

      찾아 오겠단다. 민노총의 투쟁상황실도 함께 철수를 했다.

 

15:00 - 공공연맹 위원장과 공공연맹 지하철 노조 파견 위원장과 만났다.

      아주 외소한 체구에 두터운 안경,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공공연맹 위원장이

      그동안 폐가 많아서 미안하다고 말을 건낸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의 천막농성 대표들이

      찾아와 이제는 이것 저것 함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신뢰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싫지는 않다. 노동운동에 대한 방법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늘 아쉬운 점은 노동운동 방법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논의를 해 보지못한

      점이라고 말했다. 기회가 있으면 함께 논의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기꺼이

      논의 하겠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나눈다.

        저도 정리를 할까 합니다. 우리 둘도 이제 이곳을 떠나려 합니다. 곧 있을 공공연맹

      위원장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활동을 하고 자진출두 할 것 이란다. 신병의 안전을

      묻자, 답답해 하며 어떻게 잘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숨을 짖는다.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것 외는 아무 할 말도 없었다.

        공공연맹 지하철 노조 파견 위원장도 미소를 지으며 잔잔히 인사를 한다.

      언제부터인지 집 부근에서 조리는 마음으로 자식들과 통화를 하고 이곳 명동으로 돌아

      오면 오히려 이곳이 더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며, 떠나게 되 섭섭하단다.

      많이 이야기하고 성당의 입장을 자신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며 이해를 구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그동안 협조해 주지 못해 미안하단다. 어쩌면 7월에 또 만나게 되리

      라고 말하며 웃는다. 굳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회자정리라고 했던가? 가슴 속 한구석에서 섭섭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왜? 이런 만남이 되었을까? 하느님! 기막힌 만남이군요. 거-참!

 

16:00 - 인권공대위 공동대표이며 향린교회 홍근수 목사님이 성당의 언덕을 숨차게

      올라오신다. 어제의 상의에 대한 결과를 묻자, 인권공대위에서 천막을 철수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푸른교실 문제로 상의하자고 하니까 급히 올라오신 것이다.

        푸른교실 대표와 실업자 연맹 대표와 함께 만나자 오히려 홍목사님이 성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향린교회로 함께 가자고 설득한다. 성당의 계단공사에 함께 협조하자고 설명

      해 오히려 내가 어리둥절해 진다. 암튼 고맙기 그지없다. 가능한한 협조하겠다며 신변

      안전에 대해 걱정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 뚜렸한 대안이 없어 안타깝다. 그러나 서로

      최대한 노력해 보자고 이야기를 한 후 헤어졌다.

        헤어진 후 10분도 되지않아 홍목사님과 중부서 형사 한 명이 급히 다시왔다.

      신변안전 보장에 자신이 없다는 말이었다. 여러가지를 의논해 보았지만 뚜렸한 대안이

      없다. 다만 향린교회보다는 조계사가, 조계사보다는 명동성당이 신변안전 보장면에서는

      더 안전하니 이곳을 떠나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어쨌던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말한

      후 다시 헤어졌다.

        푸른교실 대표와 실업자 연맹 대표는 11명의 사전영장 발부로 1명은 집행유예이고,

      3명은 구속되었으며, 7명이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뭐 구속되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문제를 사회화 시켜 해결책을 모색해 보겠다는 목적으로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뚜렸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17:00 - 금속연맹 문 위원장과 사무국장이 방문했다.

      성당의 계단공사에 협조하겠단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사의

      시급함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신변이 문제라 어떻게 다른 도리가 없단다. 용산서

      관할이고 형사대도 파견되어 있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이제 남은 금속연맹과 현대중기, 푸른교실과 인권공대위, 이제는 비어

      버린 한총련 천막등 7동의 천막이 초라하게 서 있다.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서로는 이해를 하고 있으나 신변안전 문제가 걸려 해결책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좀 쉬자. 너무 피곤하다. 숨가쁘게 만나고 이야기 하고, 답답해 하고.. 휴----

        하느님! 오늘 밤에 해결책 좀 제시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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