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나에게 예수님은 과연 누구?(연중 2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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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8-25 ㅣ No.1822

 

 

2002, 8, 25  연중 제21주일

 

마태오 16, 13-19 (베드로의 고백)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를 교회의 기반으로 삼으십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를 반석으로 삼아 당신 교회를 세우시기 전에 중대한 질문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질문에 베드로 사도는 사람의 머리에서는 나올 수 없는 답변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드로 사도의 이러한 대답이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를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신 것입니다. 교회는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고 고백하는 하느님의 자녀들의 모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 각자가 교회이며 동시에 우리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이 교회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교회의 반석으로 사도 베드로를 삼으셨듯이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를 당신 교회의 작은 반석으로 삼고자 우리에게 질문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여러분은 과연 예수님께 무슨 답변을 드리시겠습니까?

우리는 각자의 처지나 신앙의 체험을 통해 여러 가지 대답을 예수님께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질문에 딱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대답이 어떠한 것이든 간에 그것이 담고 있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어 오신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떨어져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우리 안에서 생활하시는 살아 계시는 분이라는 것' '비천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몸소 십자가 수난과 부활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셨다는 것', '우리 역시 자신을 돌보기보다 이웃에게 자신을 내어놓음으로써 예수님의 삶을 우리의 삶으로 삼겠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과연 우리의 인간적인 지혜나 생각, 또는 상식으로 이러한 고백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우화가 있습니다. 장님들이 모여서 코끼리를 만져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장님들은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기둥 같다.' 코끼리의 발을 만진 장님이 말했습니다. '아니야, 커다란 바위 같이 생겼어.' 코끼리의 몸통을 만진 장님이 정색을 하고 말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줄다리기에 쓰는 동아줄처럼 생겼어.' 코끼리 꼬리를 만진 장님이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끼리의 코를 만지 장님이 결론을 내리듯이 말했습니다. '자네들은 도대체 무엇을 만졌는지 모르겠네, 코끼리는 뭐라 할까? 그래 아주 두툼한 고무호스처럼 생겼어. 이게 정답이야'라고 말입니다. 모두 정답을 말했습니다. 적어도 자기가 만진 것에 대해서는 말입니다. 그러나 모두 틀린 답을 말했습니다. 코끼리의 전체가 아니라 어느 한 부분을 가지고, 그것이 전체인 것처럼 말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우리의 고백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인간적인 이기심에 눈에 멀어 있다면 결코 예수님께 대한 참된 신앙 고백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적인 욕심에 눈이 멀어 있다면 예수님에 대한 잘못된 신앙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을 마치 돈을 벌어다주는 재벌쯤으로 생각한다든지, 아니면 높은 지위와 권력을 내려주는 대통령쯤으로 생각한다든지, 단순히 죽은 다음에 천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무당쯤으로 생각한다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오직 하느님만이 우리가 이러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이끄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이기적인 욕망에 가리워진 눈을 열어 예수님을 온전히 볼 수 있도록, 이렇게 예수님을 온전히 봄으로써 참된 신앙 고백을 예수님께 드릴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구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베드로 사도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시몬 바르요나, 너에게 그것을 알려 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 너는 복이 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자신의 인간적인 욕심이나 약점을 훌훌 털어버리고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대답을 아무런 외적인 강요 없이 자유로운 결단으로 동시에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굳센 용기를 가지고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예수님께서 친히 세우신 교회의 작지만 소중한 반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교회로 불러주셨을 뿐만 아니라 교회의 소중한 반석이 되라고 끊임없이 격려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 개개인에게 기꺼이 당신 교회를 맡기시고자 하십니다. 이 얼마나 감격적인 일입니까? 이 감격적인 일을 우리의 굳센 믿음으로 즐거이 받아들여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기뻐하십시오. 용기를 가지십시오. 우리가 바로 예수님의 교회입니다. 우리를 기초 삼아 당신의 교회를 더욱 풍성하게 하시기 위하여 예수님께서 언제나 함께 하십니다. 오늘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심오한 풍요와 지혜와 지식을 가지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기심과 욕망에서 해방시키시어, 예수님과 진정으로 하나될 수 있는 은총을 베풀어주실 것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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