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강론]휴가 다녀 온 그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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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칠 [mpark] 쪽지 캡슐

2002-08-27 ㅣ No.2968

연중 제 21 주일                                                        2002. 08. 25

 

지난 월요일부터 한 주간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일상을 떠나 여행을 한다는 것은 분명 기쁨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본당 주임 신부의 잡다한 일에서 벗어나

지낸다는 것은 행복이었습니다.

여행은 그렇게 ’일’에서 ’떠나’ 새로운 ’경험’과 ’만나는’ 것입니다.

 

서울의 사람들을 떠나 낯선 곳에서의 사람들과 만납니다.

아는 사람들을 떠나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서울 사람들을 떠나 낯선 곳에서 옛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렇게 떠남과 만남이 교차하는 것이 여행입니다.

떠남과 만남조차 서로 만나는 것이 여행입니다.

 

여행은 또한 산과 강과 바다가 서로 만납니다.

속초와 영덕의 동해 바다와 변산 반도의 서해가 만납니다.

무주 구천동의 산채와 바닷가의 활어(活魚)가 서로 만납니다.

영덕와 안동, 서산의 수도자들과 속인들이 만납니다.

서로 다른 경험들이 내 안에서 하나되어 만나는 것, 그것이 여행입니다.

 

우리 모두는 휴가를 떠나건 말건 간에 삶이라는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삶이라는 여행의 끝 역시 하나의 만남으로 장식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 하느님의 만남입니다.

 

이 만남이 오늘 복음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묻습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 합니까?"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당신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이십니다."

 

주님은 ’사람의 아들’에 대해서 물으셨는데

베드로는 ’하느님의 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말입니까?

베드로는 예수의 인격 안에서 사람의 아들과 하느님의 아들이 만나

하나가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과 하느님의 아들과의 만남.

사람과 하느님의 만남.

땅과 하늘과의 만남.

그것이 바로 신앙임을 오늘 복음의 질문과 대답이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공의회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느님이며 참 인간이십니다."

 

 

신앙 안에서 모든 것이 서로 만납니다.

사람과 하느님이 함께 만날 수 있기에

서로 성격이 전혀 다른 그 어떤 것도 신앙 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남자와 여자가,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이

배운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이

서로 만납니다.

 

십자가는 이 만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수평과 수직이,

사람의 선과 하느님의 선이 서로 만나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수평 없는 수직만으로

수직 없는 수평만으로 십자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믿는 십자가 신앙은 그렇기에 만남의 신앙입니다.

 

오늘 저희 본당에 부모 없이 버려진 아이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시는 마리아회 수녀님들이 방문하셨습니다.

쇼핑 백에, 라면 박스에, 그리고 신문지에 둘둘 말아

쓰레기 통 속에, 길거리에  버려지는 아이들을 맡아서  

지극 정성으로 키우시는 수녀님들입니다.

 

이 버려진 아이들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수녀님들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쳤습니다.

이 아이들은 고맙게도 나날이 잘 자라고 있고,

참으로 열악한 악기로 은인들을 위해 1년에 한 번 씩 연주회를 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버려진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키우는

수녀 어머니들의 애틋한 만남을 축복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의 따듯한 만남에 우리들도 함께 마음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오늘 미사 후에

아이들을 위해서,

수녀 엄마들을 위해서

연주회 티켓 하나씩 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람과 하느님의 만남.

수평과 수직의 만남,

버려지는 생명과 그 생명을 키우는 사랑의 만남,

그것이 바로 우리의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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