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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제(연중 20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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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08-26 ㅣ No.3947

 

2000, 8, 26  연중 제20주간 토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23,1-12 (위선자에 대한 책망)

 

그 때에 예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모세의 자리를 이어 율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이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본받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느다. 그들은 무거운 짐을 꾸려 남의 어깨에 메워 주고 자기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마나 팔에 성구 넣는 갑을 크게 만들어 매달고 다니며 옷단에는 기다란 술을 달고 다닌다. 그리고 잔치에 가면 맨 윗자리에 앉으려 하고 회당에서는 제일 높은 자리를 찾으며 길에 나서면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스승이라 불러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 소리를 듣지 마라. 너희의 스승은 오직 한 분뿐이고 너희는 모두 형제들이다. 또 이 세상 누구를 보고도 아버지라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한 분뿐이시다. 또 너희는 지도자라는 말도 듣지 마라. 너희의 지도자는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너희 중에 으뜸 가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묵상>

 

"신부가 되면 변한다."

"신부가 되면 본성이 드러난다."

 

겸손을 배우고 겸손하게 생활했던 신학생이 신부가 되면 교만해지고 권위적이 되는 경우를 비아냥거리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말이 현실로 드러나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신부가 된 후 마치 자신이 하느님이라도 되는 것처럼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신자들을 지배하려는 모습은 같은 사제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눈꼴 사납기 그지 없습니다. 이쯤에서 과연 제 자신의 지금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게 됩니다.

 

"앞으로 신부 생활하기 어려워질거야."

 

자기 입맛대로 신부를 좌지우지하려는 잘 난 신자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 신부님들께서 자조적으로 하시는 이야기입니다. 주님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서 애정어린 충고와 비판을 던지는 신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신부를 마치 자신들의 주치의처럼 생각하고 교회 안에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신부를 소유하려고 드는 교만한 신자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러한 안타까운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교회 안에서 신부와 신자 사이의 갈등과 반목보다는 화해와 일치가 더욱 넘쳐나기에 낙관적입니다. 그렇지만 혹시나 앞으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 식으로 행동하다가 서로에게, 그리고 교회 공동체에게 상처를 내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원칙만 지켜진다면 저의 이러한 걱정은 단순한 기우에 불과할 것입니다. "너희 중에 으뜸 가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라는 원칙말이지요. 우리의 스승은 오직 한 분뿐이고 우리는, 신부든 수도자든 신자(저는 개인적으로 '평'신도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든 모두 형제라는 것을 기억하며 형제로서 서로를 섬기면서 살아간다면, 분명 우리 교회는 지배와 복종, 갈등과 반목이 일상화되어 있는 이 세상을 복음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믿음의 벗들과 함께 이런 교회를 일구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 자신부터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야 할 것입니다. 말처럼 생각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차근 차근 한 걸음씩 내딛으려고 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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