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오체투지31일차> "꿈에서 수경이 나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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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peace-maker] 쪽지 캡슐

2008-10-08 ㅣ No.8607

 

  한씨는 뇌성마비 4급 장애인이다. 첫돌이 지나자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지만 집안 형편 탓에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7세 때 한씨의 어머니는 다 죽어가던 한씨를 데리고 마지막으로 성철 스님이 있던 해인사 백련암을 찾았다. 3천배를 해야 만날 수 있다는 성철 스님. 모녀는 사흘에 걸쳐 3천배를 올렸다. 죽겠다는 아이에게 스님은 "오래 살아라. 대신 하루에 1천배씩 꼭 하라"고 했단다.

한씨는 그때부터 매일 1천배를 올려 곧 죽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건강을 되찾았다. 1천배를 올리며 제멋대로 움직이던 팔과 다리가 어느 순간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한씨는 절을 하면 손과 발, 다리, 배 등 몸 전체가 따듯해지고 반대로 머리는 차고 맑은 산속 공기를 마시듯이 청량해진다고 한다. 그가 없어 ''작가의 집''은 현재 문을 닫은 상태이다. 그가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작가의 집''의 문이 다시 열렸으면 좋겠다. (부산일보, 2008.6.25)

위 기사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 2번, 입선 5번을 차지한 전도유망한 화가로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학과 박사과정을 다니고 있는 한혜경씨입니다. 하루 1000배씩, 100일간 10만배 수행을 마치고 "오체투지"라고 하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 장애인이 26년간 오체투지 수행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아서 몸과 마음으로 그려야 하는 화가가 되었으니 이것이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이 기적이겠습니까?

길거리에서 하는 오체투지이지만, 먼저 자신의 마음을 낮추고, 낮은 자세에서 세상을 보고, 느리고 느린 걸음으로 "빨리~빨리~" 재촉하는 삶을 돌아보고, 그리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경험은 참가자에게 다른 의미의 큰 수행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가을 여러분들을 오체투지 여정에 초대하고 싶어집니다.


<아중역에서의 작은 소동>
아침 출발을 기다리던 중 아중역에서는 잠시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2일(목) 오체투지 순례를 기록하다 뜻하지 않게 무릎 인대를 다쳤던 문정현 신부님이 휠체어를 타고 순례에 참여하기 위해 도착하셨기 때문입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꿈에서 수경이 나를 찾아’ 하시면서, ‘전주를 지나는데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더라. 무조건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왔다.’고 하시더군요. 이런 형님 신부를 바라보는 문규현 신부님은 걱정이 한가득이고, 수경스님과 전종훈 신부님은 ‘시원치 않은 몸으로 뭐하러 여기오고 난리냐’며 제발 집에 가서 쉬라고 성화입니다.


<내 마음에 평화를 담아 갑니다.>
오늘 많은 분들이 순례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사실 순례에는 세분의 성직자뿐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많은 분들이 찾아옵니다. 저마다 가슴속에 작은 생명의 촛불과 시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오체투지 현장으로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오체투지가 주는 선물을 받고 돌아갑니다.

오늘 모인 분들 중에는 서울에서 혹은 멀리 부산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충북에서 오신 분은 내년도 일정을 문의하시며, 내년에는 직장 근처에서 순례가 진행 될 것 같아 자주 올 수 있다고 기뻐하셨습니다. 어제 오체투지하는 신부님과 스님을 보시며 눈물 흘리던 분들도 오늘은 자제분들과 함께 참석하셨습니다. 이렇게 자기를 바꾸는 변화가 오체투지 여정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멀리 부산에서 오신 황기철 선생님은 “사람이기에 당연히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래서는 사람이 살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래로 환경자체가 지워져 버렸습니다. 오로지 소수집단의 돈벌이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삶이 극한으로 가고 있습니다. 삼보 일배, 오체투지, 고공 농성 등 오죽하면 이러한 극한 상황이 벌어지겠냐.”고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전동휠체어에 몸을 맡기면서도 천상의 미소를 가진 분들이 오늘 순례에 함게 하였습니다. 전북시설인권연대 소속 활동가들과 지체장애우들이 오늘의 순례에 함께 하였습니다. “세분 성직자의 활동이 현 정부의 정책 진행에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소감을 이야기 하신 김병용, 장윤성(전북시설인권연대)님은 “현 정부의 문제는 정책결정에 있어 서민이나 소외된 사람들 등을 제외하고 소수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해주셨습니다.

오늘 순례길은 아중역에서 전주역을 거쳐, 호성동 호성 4거리에 이르는 일정이었습니다. 이 구간에는 특이하게도 신호등 혹은 횡단보도가 없는 구역이 많더군요. 또 어느 육교가 설치된 지역에는 지체장애우들의 전동휠체어 혹은 일반 휠체어도 이동이 어려운 구간이 많았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가 주인 행세를 하는 세상, 그러나 결국은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모일 때 그 사회의 생산성은 진정으로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잊지말고, 사람과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정도는 하여야겠습니다.

오늘 자녀들을 동반하고 순례에 나서 몸을 대지에 뉘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순례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부모를 따라 대지와 몸을 일치시킵니다. 몇 번이고 동일한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눈을 들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앞을 바라봅니다. 그 아이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어떨까요?


세 아이와 함께 오신 이춘성(전주)님은 “마음을 비우고 하심하며 함께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또 제 세 아이들도 학교에서 보다 더 큰 교육이 될 것 같아 데리고 왔다.”고 하셨습니다. “오체투지 순례를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직자들의 평온함이 느껴지니 경외스럽습니다. 특히 언젠가 수경스님께서 ‘다만 나를 바로 세우고자 할 뿐’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 감응에 젖었다”며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많지만 결국 문제점은 개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가치가 경제, 물질, 실용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현 상황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 사람의 길이라고 한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바 일을 충실히 하고 신의 창조질서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으로 가야할 길이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춘성님은 “순례단께서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느리게 가다보면 뜻하시는 바가 결국 이루어지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하셨습니다.

오체투지 순례와 절이라는 단어를 알기도 어려운 꼬마도 함께 하였습니다. 부모의 손을 꼭 잡고 어른들의 발걸음을 종종 걸음으로 따라오고, 어른들이 절을 하면 아는지 모르는지 몸을 앞으로 구부립니다. 뒤뚱거리면서도 어른들을 따라 절을 하려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한참을 뒤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아이 손을 잡고 소풍 나온 듯 걸어가며 절을 하는 이모와 조카의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습니다.(엄마인지 알았는데 덧글로 이모와 조카로 정정해 달라고 하셔서 바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얼마 전 방송 촬영차 순례단과 1주일의 시간을 같이 보낸 방송인이 있습니다. 오늘은 순례 자체를 촬영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더군요. 오늘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아예 진행팀의 일원으로 자신을 부립니다. 힘이 필요한 곳에 힘을 주고, 기술이 필요한 곳에 기술을 주며 순례단 진행팀으로 자신의 귀중한 하루 시간을 내어 함께 해주셨습니다.


부산에서 오신 황기철 선생님은 오실 때는 혼자 왔지만, 돌아갈 때는 같은 지역의 동료분과 함께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교사이신 황기철 선생님은 “헬렌켈러는 누군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청각장애를 택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시각은 세상과 단절은 의미하지만 청각은 사람과의 단절 즉, 사람과의 소통이 끊어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렇듯 사람의 길이란 사람과 자연, 그리고 생명이 공존하는 것이다.”며 강조하셨습니다.


언론에서 오체투지를 접하고,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 참가하였다는 김평(고양)님은 “몸은 더러워지고 아스팔트 위의 흙냄새, 붙어있는 껌들, 매연 등 평소에는 무관심했던 부분들이 시선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주로 제 입장만 생각했지만 다른 생물과 대상에 대한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며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타인을 바꾼다면 힘든 일이 되겠지만 자신을 먼저 바꾸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시는 것인 만큼 의도하시는 뜻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여 말씀하셨습니다. 끝으로 “사람이 살면서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측은지심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길인 것 같아요. 사람과 사물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그나마 덜 불행하게 살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순례 참가자들을 위해 예쁘고 맛있는 과일을 준비하여 서울에서 오신 도의정님은 “블러그를 보고 울었습니다. 이후 같이 못한 마음에 죄송했고 또 안타까우면서도 감사한 마음에 참여했다.”고 참여한 이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직접 보니 굉장히 힘들어 보입니다. 전에는 건강이 걱정되고 마음도 안 좋았는데 그래도 이쪽의 분위기는 따뜻한 것 같아요. 또 바닥에 엎드리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함께한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도의정님은 “오체투지 순례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산사람들, 무관심한 사람들이 그래도 깨닫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사회의 문제는 남의 얘기를 듣는 법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너무나 삶이 바쁘고 할 일이 많아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워하다가 좋아 질 수 있는 마음은 가능하나 무관심한 마음은 바꾸기 힘든 것 같아요. 오체투지가 느리고 힘든 길이지만 서서히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며 기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끝으로 “저는 사람의 길이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남을 깨닫게 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씀을 마치셨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7일(화) : 전주 호성사거리 LPG주유소 인근(시작) - 완주군 용진면 녹동리 IC
● 10월 8일(수) : 완주군 용진면 녹동리 I.C(시작) - 봉동삼거리 봉동교(종료)
● 10월 9일(목) : 봉동삼거리 봉동교(시작) - 완주군 종합복지센터(종료)
● 10월 10일(금) : 완주군 종합복지센터(시작) - 봉동읍 옥동 현대오일뱅크(종료)
● 10월 11일(토) : 전주 치명자산 성지 11시 미사 진행(오전~점심까지만 순례 진행)
● 10월 12일(일) : 휴식


순례단 카페 "기도-사람의길, 생명의길,평화의길을 찾아서..오체투지순례단"

http://cafe.daum.net/dhcpxnwl
에 오셔서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그리고 나를 세우는

느리고 느린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8. 10. 3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God loves you.~`♡
 
    ♡하느님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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