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아들을 논산 훈련소로 보낸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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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신 [vekaveka] 쪽지 캡슐

2001-08-21 ㅣ No.2728

찬미예수!!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이 벌써 네가 집을 떠난지 열흘 하고도 이틀이 지났구나.

 

마지막 부둥켜 안고 눈물을 보이던 네모습 이 지금도 눈에선하다.

 

 네 체취가 묻은 옷들을 받아 안고 엄마는 오열을 했지만 네 아빠는 널 무척 자랑스러워 하셨단다.

 

장하다 내아들 !을 연거퍼 외치셨다.네  동생 안드레아 는 널 두고 오던  날 얼마나 울어대든지 엄만 그런 모습 처음 봤단다.

 

언제나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형에게 대들기만 하던 네  동생 이 형에게 너무 미안 하다고 하면서 울어대드라........!

 

다음에  멋진 형과 멋진 동생 이 되어서 만나기로 약속 했다고?그래, 그게 바로 형제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두렵고 떨리는 불안한 마음이 하루하루 연속이겠지?

 

오늘도 엄마는 우리 아들을 생각하며 예수님과 순교자 들께 기도를 드렸단다. 하느님 때문에 목숨까지도 당당하게

 

버릴 수 있었던 순교자들의 용기를 우리 아들에게도 나누어  주시라고........

 

아들아! 친구들과 만나느라 여념이 없었던 널, 전주 초남이성지에 가자고 했을때 넌 아무소리않고 순종하며 따라와 주었었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잘다녀오겠다고 큰절을 올린뒤 그뜨거운 태양열속에서 벌초까지 하던 네모습                                                                            

정말 자랑 스러웠다.할아버지 할머니 께서 환하게 미소지으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 하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마리아 아줌마,안젤라 아줌마 와 함께떠난 비록 짧은 여행이었지만 너와 함께할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 이었다.

 

넌 떠나는 그날 까지도 엄마에게 단한시간도 내어 주지 않았으니깐....아들아! 엄마가 왜 널 거기(초남이성지) 까지 데려 갔을까?

 

우리들만을 위해 특별히 미사집전 해 주시고  순교자들을 부르시면서 너에게 온갖 정성을 다바쳐 안수해주시던 김환철신부님을 왜 엄마가

 

그곳까지 가서 만나게 했을까? 생각 해봤니?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의 일가족이 살았던...... 특히 유항검의 아들 유중철(요한)과 이순이(누갈다)가

 

치명하기전 4년동안 부부 동정을 지킨 생가터 에서 아빠엄마 결혼 주례신부님 을 너에게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은 견디기 힘들때

 

동정부부의 모습에서 마리아와 요셉 처럼 생을 살다가신 그분들의 극기를 생각하며 잘 참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 이었단다.

 

유난히 정이 많고 마음이 약한 널 떠나 보내는 마음은  누구나 남자라면 겪어야 하는 일인데 유별난 엄마의 모습인거 잘안다.

 

삼수 사수 를 하는 동안 엄마에게 구박도 심하게 받았던 네모습!엄만 널 볼때마다 짜증스러웠고 화만 났었지.너의 나태한 모습속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볼때마다...아니 모든걸 포기해 버린듯한 모습이 날 히스테리칼하게 만든 요인이었지.의대만 고집하는 아빠와 네가 정말 싫었다.

 

엄마의 학창 시절은 까마득히 잊은채 그저 힘들고 지쳐있는 아들 생각은 저만치 놔두고서........!!엄마의 의무도 다하지 못했으면서........!!

 

상투적인 말로 누구나 이런말들을하지?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사랑하는 자식 매한번 더 때린다고 말이다.하지만 난 이말은 쓰지 않으련다.

 

누군가 엄마를 깨우쳐주신분이 계셨단다. 죽음 을 앞두고 마지막 들려준말 "베로니카 아줌마!부모님 들은 사랑이라고 믿으면서 자식들에게 집착하는데

 

그러지 마시라고 모든 부모님들께 전해주세요.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식 들에게는 올가미가 될수도 있으니깐요."

 

이말을 듣는 순간 난 정말 양심의 가책을 받았단다.물론 우리 아들도 똑같은 심정 이었겠구나.순교자들이 이분을 통해서 나에게 들려주신 말씀임을 깨달았단다.

 

사랑하는 아들아! 지면을 통해서 이제야 진심으로 사과한다. 어쩜  콩쥐팥쥐엄마 보담 더 심한 구박을 했었던거같아 마음이 더욱더 저리고 아프다.

 

아들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설계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 되어진다.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만이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

 

하지만 아들아! 최선만이 결코 완벽한  것은아니란다.

 

최선은 곧 포기 하지않는것...... 밑줄 긋고.....    쫙!.....  아들아! 씨를 뿌리고 가꾸고 열매를 맺게하는것은 우리들의 몫이 지만 추수하시는 분 은

 

하느님 이시라는것 잊어서는 않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군대 생활하면서 허송세월 보내지 말고 좀더 알찬 생활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느님을 믿고 신뢰하기만하면 하느님께서는 모든걸 해결해 주시리라 믿는다.진정 우리 아들이 무엇을 주님께 바라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제가 원하는대로 이루어 주세요" 가 아니라 원하는게 과연 무엇인가.....?힘들고 지칠때마다 순교자들을 생각하고 그분들께 극복할수있는 힘과 용기를

 

주시라고 청원하기바란다.순교의 정신으로 잘 이겨 내리라 믿는다.지나친 욕심과 자만심을 몽땅버리고 순명과 겸손함을 중시했든 우리들의 선조 순교자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고 그안에 주님이 오시어 마음을 채울수 있었으면 좋겠다.여기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적어본다.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제 믿음이 부족하다면 도와주십시요." 그리고 순교 성인들에게 바치는 기도문을 보내니 매일매일 기도문을 바쳤으면 좋겠구나.

 

힘들고 지칠때마다 네뒤에는 하느님의 든든한 빽이 있음을...그리고 순교자들의 도우심과 아빠엄마가 항상 버팀목이 되어 네등뒤에서 널 지켜주고 있다는걸

 

잊지말아라.이밤을 몽땅 지세워도 할말이 모자라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이만 줄이겠다.한국의 모든 순교자 들이여!베드로 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사랑하는 장남 베드로에게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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