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마음이 따뜻해 지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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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수 [mr.vin] 쪽지 캡슐

2000-04-21 ㅣ No.323

오랫만에 성당 게시판에 글을 남기네요...

사순시기 동안 게시판 사용을 안했는데,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아직도 사용자가 뜸한것 같아 아쉽네요...

새로운 세기를 맞아 부활하시는 예수님 앞에,

언제나 당당한 신앙인이 되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장님이라고 하더군요.

 

전 태어날때부터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얼마전 교통사고를 당했죠.

 

그래서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무서웠습니다.

 

 

 

 

 

어느날 저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주변엔 그리 인적이 많은 것 같지도 않았고,

 

차량도 그리 많은 곳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혼자서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용기가 없었죠.

 

 

 

 

 

전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지나가는  사람과 함께 건너기 위해서 였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저의 어깨를 조용히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저... 같이 길을 건너도 될까요?"

 

 

 

그 목소리는  꽤 젊은 여자인 듯 싶었습니다.

 

저는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네" 하고 말했습니다.

 

 

 

 

 

저희 둘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말입니다.

 

자동차의 경적이 울리는 것으로 봐서 어디선가 사고가 난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인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놓고... 손을 잡았던 쪽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말하더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었어요.

 

      저 원래부터 이렇게 앞을 볼 수 없는게 아니었어요.

 

      얼마전 사고로 눈을 잃었죠.

 

      아무튼 다음에도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해 주세요."

 

 

 

 

 

전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 역시 앞을 볼 수가 없었는데.

 

아마도 길을 건너면서 울렸던 경적소리는 저희들 때문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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