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나의 마지막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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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austin] 쪽지 캡슐

2000-10-14 ㅣ No.4027

 

나의 마지막 순간에

 

 

어느 순간 의사는 나의 뇌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모든 의미에서 나의 생명이 정지되었다고 결정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내 몸 안에 기계를 이용해서

인공의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나의 임종이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그 대신 그것을 '새로운 탄생'이라고 불러 주시고

다른 사람들이 더욱 충실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나의 몸을 나눠주십시오.

 

나의 눈을,

떠오르는 아침해와,

아기의 얼굴과,

그리고 여인의 눈 속의 사랑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심장을,

자신의 심장으로는 날마다

끊임없는 고통만 당해온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피를,

교통사고로 이그러진 차 속에서 구출된 십대에게 주시어,

그로 하여금 그의 손자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때까지

살게 하여 주십시오.

 

나의 신장을,

기계에 의지하여

나날을 연명해 가는 사람에게 주십시오.

 

내 몸 속의 뼈와,

모든 근육과,

모든 세포와 신경을,

절름발이 아이에게 주시어,

그 아이가 걸을 수 있게 할 길을 찾아 주십시오.

 

내 뇌의 구석구석을 살펴봐 주십시오.

필요하다면,

내 세포를 떼어 내어 배양하시고

그것으로 언젠가 말 못하는 소년이

야구 방망이로 공을 치는 소리에 환성을 지르고

듣지 못하는 소녀가

유리창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내게 남은 것은 태워서

바람에 재를 뿌려 주시어

꽃들이 자라는 걸 돕게 하여 주십시오.

 

뭔가 묻어야 하겠다면,

내 잘못과,

결점과,

인간에 대한 나의 편견을 묻어 주십시오.

 

내 죄악은 악마에게 주십시오.

내 영혼은 하느님께 드리십시오.

그리고 혹시 날 기억하려거든

당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친절한 행동과 말로 기억해 주십시오.

내가 부탁한 모든 것을 해주시면

나는 영원히 살게 될 것입니다.

 

이상은 나의 뜻이기도 합니다.

 

* 위 글은 전에 너무 좋아서 늘 간직하고 있는 글입니다.

내일 본당설립 30주년을 맞이하여 헌혈과 장기기증행사가 있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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