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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희 [sola1999] 쪽지 캡슐

1999-06-12 ㅣ No.598

옛날에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가다 이따금씩 말에서 내려 자기가 달려온 쪽을 한참동안 바라보고선 다시 말을 타고 달린다고 합니다. 말이 지쳐서 쉬게 하려는 것은 아니고, 자기가 쉬려는 것도 아니라 혹시 너무 빨리 달려 자기의 영혼이 미처 뒤좇아오지 못했을까봐 자기의 영혼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참을 기다려 자기 영혼이 왔다 싶으면 그제서야 다시 말을 타고 달린다는 것이지요. 그런 인디언들을 어리석다 이야기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큽니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야말로 언제 어디다 내 영혼을 잃어버렸는지 모르고 몸만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소중한 것은 몸과 영혼이 하나가 되어 사는 것일텐데 바쁘게 살다보니 영혼을 돌볼 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자기 영혼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는 인디언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수도원 원장님이 두 수도사에게 밀을 베라고 일을 시켰습니다. 한 수도사는 쉬지도 않고 하루종일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또 한 수도사는 이따금씩 쉬어가며 일을 했습니다. 저녁이 되어 베어놓은 밀을 보니 쉬지도 않고 일한 수도사보다 쉬며 일을 한 수도사가 벤 밀이 더 많았습니다. 쉬지 않고 일한 수도사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습니다. 쉬며 일한 수도사의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 저는 이따금씩 쉬며 일했지요. 그러나 쉴 때마다 날을 갈았답니다." 무딘 날을 가지고 쉴새없이 일하는 것보다는 중간 중간 쉬더라도 날을 가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하게 된 비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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