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파스로 도배한 이야기 / 순례단 진행팀 이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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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peace-maker] 쪽지 캡슐

2008-10-06 ㅣ No.8589

파스로 도배한 이야기

 

글쓴이 불나방   2008-10-05 23:36:42 

 

오전 순례를 마치고 휴식 중 이현민이 나타났다.
드디어 오체투지를 경험 할 절호의 기회가 왔구나.
비록 단 한번이었고 한 구간 이었지만 나름대로 준비를 한 상태이기에 내일이 기다려졌다.
그간 오체투지 순례의 진행팀 일원으로 선두차량을 몰며

가까이 신부님과 스님의 오체투지순례의 모습을 보며 많이도 울었고 많이도 가슴아파했다.

‘어이구’ ‘으음’
너무나 안타까운 신음소리와 함께 온몸 세상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낮추시는 경건한 모습에
그동안의 탐욕스러웠던 내자신을 되돌아 보았던 기간이기도 했다.

10월 2일 아침 여느때와 같이 5시에 일어나 새벽미사 준비를 하고 경건히 미사를 봉헌하며, 오늘의 거사를 준비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준비를 하는 진행팀에게
“나 오늘 오전 오체투지 할꺼야”
모두들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선두차량은 현민이가 대신하고 난 신부님의 오체투지 수행을 느껴볼것이야”

 


전부터 운전 대신할 사람이 생기면 오체투지 할 것이라고 수차례 말해왔던 터이라 바로 수긍하며 걱정하며 농들을 날린다.
“형은 몸무게 때문에 힘들텐데”
“하루하고 며칠 쉴라고 그러지”
등의 걱정과 농담들이 오고 가던중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바뀌고 있다.
“창피하게 오전 한나절이 뭐야, 하루는 해야지”
“그래 진행팀에서 처음하는 오체투지인데 하루 온종일은 해야지”
“맞아”
“형. 하루 하시죠 저희가 도와드릴께요”
‘이거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네’
원래 한나절 그것도 아스팔트가 달궈지기전 오전만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구나 하며 분위기상 하루 오체투지를 하기로 그들이 결정을 했다.
옆에 계시던 신부님이 극구 말리신다.
단호한 목소리로
“하지마”

한번 한번 오체투지를 할수록 내호흡이 거칠어졌다.
한구간 한구간 할수록 더욱 호흡이 거칠어졌다.
처음에 호흡을 약하게 코로 살짝 길게 호흡을 하였으나 횟수가 늘어날수록 거칠어지며 입이 점점 벌어졌다.
그럴수록 아스팔트의 분진땜시 입속이 말라가며 목구멍이 까칠하다.
헛구역질이 나왔다.
이제 네구간을 하였을뿐인데
갑자기 눈물이 핑돈다.
연로하신 신부님과 스님 생각에...

자연스레 몸에 걸쳤던 몸자보가 풀리며 엎드렸을때 몸자보가 얼굴밑에 펼쳐졌다.
호흡이 상당히 쉬어졌다.
아스팔트의 분진을 몸자보가 걸러주니 이제사 호흡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바로 앞의 전종훈 신부님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문신부님의 기침소리도 들린다.
정말 미안하고 죄송했다.
수행에 조금이나마 함께 하고자 했던 내 자신이 창피했다.
잔머리나 굴리며 조금이나마 편코자 했던 내자신이 부끄러웠다.
그것도 마음뿐 오전내내 몸자보를 이용한 오체투지 호흡법은 계속됐다.

오전 중간 긴 휴식시간
담배를 한데 물었다.
담배맛이 없다.
목이 말랐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갑자기 짜증이 났다.
‘아니 이것들이 아무도 신경을 안쓰네’
진행팀 40세 이하 집합이라고 연락을 취하니
촛불청년 희철이와, 진행팀 비정규직 창건이, 사진담당 장재원(일명 장대사)이 왔다.
장대사와 희철이는 담배를 얻어 피우러, 창건이는 신부님 새장갑이 어디에 있냐며....
‘이런’

시작전 주치의는 창건이, 보약담당 희철이, 홍보담당 장대사, 지들 맘대로 정하고
수행만 열심히 하라고 권하였던 그들이었는데
짱짱한 보좌진이었었는데
결국 40m 걸어 물한모금 먹고 왔다.

하긴
수행중 물 많이 먹으면 탈수현상 일어난다고 물조차 못먹게 한 놈들이었으니

다시 시작된 오체투지
점점 엎드려져 있는 상태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일어날때마다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번은 죽비소리를 못들어 삼보가 아닌 일어났다가 다시 바로 오체투지를 긴박하게 하였다.
깜박 잔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시작한다는 소리와 함께 선두차량이 출발한다.
한 200m 는 더 되는듯 싶다.
"너무 멀어" "뒤로 빠꾸"
소리치고 싶었다.
이제껏 난 선두차량을 몰았다.
주변상황에 따라 거리가 약간씩 달라질때면 끝트머리에 와서 더욱 힘들어하시는 두분의 모습을 이제사 알것 같았다.


점심 휴식후 일어나니 약간 허벅지가 땡기는 기분이 든다.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분위기상 결정된 하루를 할것인가.
원래 계획된 오전만 할것인가.
‘그래 치밀하게 짠 원래 계획되로 하자. 그리고 내가 이상있으면 진행팀에 아니 오체투지 순례에 지장이 온다’는 나만의 논리로

갖 비난을 극복하고 오후엔 후미 차량을 강제로 접수, 오후 일정을 마쳤다.

10월4일 일정을 시작하기전 창건이를 화장실로 불렀다.
전날 4장의 파스를 띠어내고 8장의 파스로 몸뒤를 도배했다.
옆에 있던 희철이는
"형 욕조를 물파스로 채워드릴까요"
하며 농을 날린다.

오늘도 신부님과 스님은 아무말 없이 31일차 오체투지순례를 하신다.

시대의 어른이시면서도 모든이. 모든 것보다도 더 몸을 낮추신 분들.

나에게 이보다 더 큰  감동은 없으리라.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축복 일 따름이라.

 

 

우리 ...

God is love.`♡

  하느님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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