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왜 하루에 12시간 50만원씩이나 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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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식 [senal] 쪽지 캡슐

2008-10-05 ㅣ No.8582

 

하루 12시간 일해도 최저임금보다 못한 50만원

1970년대 서울 청계천에 즐비했던 ‘모찌꼬바’(방직공장)엔 ‘시다’들이 있었다. ‘찐빠’(불량)가 난 단추 하나 때문에 눈물을 쏟던 이들의 꿈은 의젓하게 ‘미싱을 타는’ 선배 언니들이었다.

 이들의 소박한 꿈은 한국의 ‘수출 경제’를 일군 원동력이기도 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이른바 ‘지식 경제’로 탈바꿈한 노동 현장에는 ‘어시(스턴트)’들이 있다. 각 분야의 전문 영역에서 보조일을 하면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21세기 시다’들이다.


사진학과를 졸업한 최혜미(26·가명)씨는 지난해 초부터 10월까지 서울의 한 사진 스튜디오에서 ‘어시’로 일했다. ‘임금은 적고, 노동 시간은 길다’는 선배들의 말을 익히 들어왔지만, 실무 경험을 쌓겠다는 욕심으로 덤벼든 일이었다.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스튜디오를 정리하고 나면 곧장 당일 촬영할 장비를 세팅해야 한다. 촬영 현장에서 쓰일 의상 준비도 그의 몫이다.

 사진 촬영에 필요한 사전·사후 작업을 거의 도맡아 하다시피 했다. 하루 평균 13시간씩 밤낮없이 한 달을 일하고 받은 첫 월급은 30여만원. 넉 달을 버티니 50만원으로 월급이 올랐다. “사실 친구들 만날 시간이 없으니 돈을 쓸 기회가 별로 없어요. 하루 세끼 밥 먹고 나면 일만 하니까 그 적은 월급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더라고요.”


돈도 돈이지만, ‘일을 배우겠다’는 목적에서 갈수록 멀어지는 현실이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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