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오체투지> 바보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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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peace-maker] 쪽지 캡슐

2008-10-04 ㅣ No.8576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희망은 만사가 용이하다고 가르치고, 실망은 만사가 곤란하다고 가르친다. 전혀 대안이 없을듯한 절망적인 상황도 시간이 흐르면 돌파구가 보여오기 마련이다. 희망을 친구로  선택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자.

자살이 20대 사망원인 OECD 1위인 나라,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치솟고 있는 60대 소외노인의 자살률, 그렇게해서 이땅에서는 하루 33명의 사람들이 자살로 그 삶을 마감합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그리고 평화의 길을 찾고, 열어간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참된 삶을 찾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꿈많은 젊은 친구들과 나이든 분들이 자살로 이땅을 떠난다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사회적 제도만에 그 책임을 추궁하기 이전에 과연 스스로 주변과 소통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고 또 던져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보 순례단>
순례길에서 만난 바보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농을 하며 웃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 역시 웃습니다. 하지만 돌아서면 눈시울이 뜨거울 뿐입니다. 오늘 순례길에 2명의 국가공인 5급 장애인과 1명의 6급 장애인이 만났습니다. 이 3명의 바보들이 하루 종일 순례단을 울고 웃게 만들었습니다.


하루 순례가 시작되던 시간. 오전 일정을 출발하기에 앞서 작은 기도를 마치고 이동하던 상황에, 문정현 신부님의 몸 상태가 이상합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평상시 건강이 걱정되는 순례현장에 오지 마시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장비를 들고 순례현장에 와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새벽부터 순례단을 찾아와 출발에 앞서 진행되는 아침 기도와 모심 절을 동영상으로 기록하다, 무릎에 이상이 왔기 때문입니다. 괜찮다고, 좀 쉬면 될 것이라고 고집하시던 문정현 신부님은 채 20분도 되지 않아 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급하게 후송되었습니다.


 짧은 휴식시간. 문규현 신부님이 양석현 신부님의 휠체어를 타고 순례단 앞뒤를 오가는 모습을 보던 수경스님. ‘오늘은 바보들이 순례단을 이끄네.’라고 하시더니, ‘내가 더 장애 등급이 높은데.’라고 하여 주위 사람들을 웃게 합니다. 사실 수경 스님 지난 2003년 삼보일배 순례 이후 무릎이 좋지 않아 수술을 두 번 받은 5급 장애인이기 때문입니다.

경 스님의 말에 함께 웃지만 속으로 눈물이 날 뿐입니다. 최근 수경스님은 오후 시간만 되면 급격히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진행팀을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경스님은 쉴 때마다 얼음찜질이라도 하자는 권유에 ‘기어서라도 갈 터이니 걱정하지 마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고령의 사제와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분들이 기도순례에 나서 함께 그렇게 길을 떠나고 있습니다. 아예 작정하고 길에서 목숨을 내어 놓겠다는 심정으로 길을 떠나는 모습은 뭐라 표현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육체의 아픔을 내색하기 않고, 나라의 지도자가 지도자 노릇을 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성직자라도 성직자답게 사회의 가치관과 가야 할 길을 올바르게 찾으려하는 역할을 바로 보고 바로 행하며, 국민과 국토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기도를 멈출 수 없다 하며 길을 재촉하며 순례를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계산할 줄 모르는 바보들이 순례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문턱이 없는 순례단>
오체투지 순례가 여전히 낯설었나 봅니다. 요즘 순례단 진행팀의 이동전화로 순례와 관련한 문의 전화가 많습니다. 가장 많은 분들이 문의하는 것이 ‘순례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과 조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들의 기도 순례는 대단한 조건을 가진 분들이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함께 마음을 나누는 작은 행위일 뿐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심과 나눔’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어울림과 더불어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격과 조건’을 내세워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자신들만의 소통을 이야기 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소통이 아닙니다. 여기 오체투지 순례에는 ‘자격과 조건’이라는 문턱이 없습니다. 사람의 길과 생명의 길, 평화의 길에 대한 마음을 나누고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누구에게나 열린 순례입니다. 나를 바르게 바라보며 바로 세울 수 있는 작은 시간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길을 찾는 기도 순례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전주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늘 순례단은 전라북도 완주군 상관면 신리 교차로에서 출발하여 드디어 전주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직 전주 외곽에 불과하지만 전주에 도착하였습니다. 신리 교차로에서 전주에 이르는 여정은 이름도 예쁜 ‘17번 국도 중 춘향로’를 이용하였으며,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어제 삭발의식을 치룬 전종훈 신부님은 아직까지 오체투지 순례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쉴 때마다 ‘온 몸 근육 하나 하나가 아픈 것 같다’며 힘들어 하지만, 매번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의 말에 파안대소를 하며 평화롭기만 합니다.
 


오후 3시 이후 진행되는 오후 중간 휴식 시간. 수경 스님의 무릎에 얼음주머니를 대고 찜찔을 하는 진행팀원의 등에 세월을 잊은 듯이 잠자리 한 마리가 살포시 앉습니다. 눈으로 보는 그 모습 평화롭기만 한데, 진행팀의 마음은 온통 무릎에 매달려 ‘오늘 더 진행할지 중단하지’를 고민합니다. 매일 같은 고민과 결정이지만, 오늘도 또 하지 말자고 다짐한 고민을 또 하였습니다. 매번 순례단 진행팀을 걱정스럽게 하는 수경스님이지만, 오늘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무릎보호대를 찬 상태에서 직접 빨래를 하며 하루 순례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
 


<길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 순례 길에서 오전에는 눈물로 오후에는 오체투지로 하루 순례를 참여한 분이 있습니다. 오전 내내 순례자들을 먼 발치에서 보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니, 오후에는 오체투지로 순례 일정을 참여한 부산금정여고의 강화정 선생님은 “슬퍼서 울었다기 보다는 성직자 분들이 모두를 대표해서 하시는 것이 고맙고 또, 부끄러워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셨습니다.

“그 간 신문과 사진을 보고 역시 눈물을 참을 수 없었어요. 오늘 학교 개교기념일 휴일을 맞이하여 직접 찾아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매스컴 상에서는 비장한 모습으로 보였는데 직접 뵈니 경건하지만 밝고 건강한 모습에 마음도 편하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며 참여하신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또 “정권이 바뀌면서 자연파괴는 물론 서로를 불신하며 대립하는 관계가 빈번하게 발생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위해 자신을 낮추는 오체투지로 우리에게 일깨움을 주시려고 몸소 실천하시는 것 같다.”며 성직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시기도 하셨습니다. 또 “제가 학교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교육적 문제점을 크게 몇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아이들에게 세습화 되는 것과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적 불평등으로 고착화 되는 것이 이명박 정부 정책의 큰 문제.” 라며 지적하셨습니다. 끝으로 오체투지를 직접 해보시고 “아까는 눈물을 흘렸는데 직접해보니 그럴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왜 오체투지가 불교수행법의 하나인지 의미를 알 것 같다.”며 오체투지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익산에서 온 소영광 학생은 “오체투지 순례가 공부의 연장과 실현의 장이라고 생각하여 참여했습니다.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왜 저렇게 힘들게 하시는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함께한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문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제도나 정책 등 때문에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경제나 제도에 인간은 피조물이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하루빨리 우리의 세계관,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며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어 말씀하셨습니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학생들은 우리 사회가 바라보지 못하는 진실을 거짓 없이 이야기 합니다.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소년이 바라보는 세상. 그래도 살맛나는 사회였다고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순례길. 그 길은 각양 각색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길입니다. 그렇기에 서로 인정하고 고유하고 소통하는 길입니다. 그 다양성이 지켜지고 유지될 때 사회는 발전합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3일(금) : 전주시 완산구 안적 삼거리(시작) - 전주시 아중역 입구(종료)
● 10월 4일(토) : 전주시 아중역 입구(시작) - 전주시 호성사거리 현대오일뱅크(종료)
● 10월 5일(일) : 휴식예정
● 10월 6일(월) : 휴식예정(1차 구간 조정일)



순례단 카페 "기도-사람의길, 생명의길,평화의길을 찾아서..오체투지순례단"

http://cafe.daum.net/dhcpxnwl
에 오셔서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함께 자기를 돌아보고,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느리고 느린 여정을 시작합시다.

 


2008. 10. 1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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