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짝사랑이야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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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성 [greenbee] 쪽지 캡슐

2000-06-19 ㅣ No.925

부제. 18년간의 짝사랑이야기.

 

 

철민은 서울로 올라가서 동엽이를 만났다. 동엽인 휴학계 제출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철민이는 동엽이에게 휴학계 내는 것을 보류하라고 말했다. 군대를 빨리

가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일학년은 마치고 갈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동엽은 휴

학계 작성하러 학교로 출발하였다. 철민은 동엽이를 따라 걸으며 계속 얘기했

다.

"야, 나 야구하기로 했다."

"뭐? 너 혹시 전에 야구 감독이 말한 것 처럼 진짜 야구 선수 하려고 생각하는

거야?"

동엽인 걸음을 멈추고서는 철민에게 우려섞인 말을 건넸다.

"그래. 나 야구 할거야."

"집에는 말 한 거야?"

"아니. 너한테 처음 말하는 거다. 집에는 알리지 못할거야. 그러니까 어짜피 집

에서 등록금은 올라 올거야. 그 돈을 네게 빌려 줄게. 휴학계 내지 마라."

철민의 그 소리를 듣고 동엽은 약간 움찔했다. 감격이나 한 것처럼 그의 음성

이 떨렸다.

"너 나 때문에 야구 할 생각 한 거냐?"

"이 새끼가 미쳤나. 내가 왜 너 때문에 야구를 해 임마. 내가 예전 부터 나중

에 뭘 할까 꿈 꾼 것 중에 야구 선수도 포함이 되었어. 그때 감독이 말한 것이

내 마음을 많이 유혹했다. 잊어 버릴려고 생각했는데 자꾸 머리에서 맴돌아."

"쉽게 결정 내리지 마라. 그리고 니가 야구 할 마음을 굳힌 것에 내가 이유가

된다면 감사하기도 하겠지만 서럽기도 할 것이다."

"돈 빌려 줄게 임마. 나 그냥 야구 하고 싶어. 나 과에 별로 애정이 가지 않는

다. 생각해 보니까 대학 나와서 마땅히 내가 원하는 직업 갖기도 힘들것 같구."

"니가 원하는 직업이 뭔대?"

"몰라."

"우리 아버지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나 대학은 졸업 시킨댔어. 지금 생활에 변화

가 커 어려움을 느끼곤 있지만 곧 적응이 되고 나아 질거라 생각해. 그 동안만

내가 군대 가 있으면 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야. 너하고 멀어지는 일

은 없을거다."

"아 새끼, 돈 빌려 준대니까. 아주 나중에 니가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갚아도

되니까 한 학기만 더 다녀라."

"말 만이라도 고맙다."

"휴학계 내지 마. 나 야구 시작하면 누군가 챙겨 주는 사람이 있어야 돼. 몰래

하는 거라 누군가 내 옆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충고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

단 말이야."

"진짜 돈 빌려 줄거냐?"

"그래. 그리고 아무한테도 나 야구한단 소리를 하지 마라. 집에서 알면 나 난리

난다. 지윤이에게도 말하지 말고 현주에게도 말하지 마라."

"지윤이는 이해가 되는데 현주가 거기서 왜 나오냐."

"내 실수다. 하여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한번 더 말하겠는데 신중히 생각해."

"신중히 생각한거다."

"바로 감독을 찾아 가지 말고 며칠 더 생각하고 나서 그래도 확신이 서걸랑 그

때 가라. 지금 야구하는 애들 거의 대부분이 국민학교 때 부터 야구한 애들이

다. 솔직히 니가 어깨가 타고났다 해도 걔들 따라잡기 힘들어. 그러니까 신중히

생각해. 그래 고맙다. 내 휴학계 내는 것은 니가 생각을 완전히 굳혔을 때까지

는 유보하마. 왠만하면 그냥 지금까지 살던대로 나가라."

"새끼 완전히 뜻을 굳혔다니까."

철민이는 동엽이가 휴학계 내러 가는 길을 막을 수 있었다. 철민과 동엽은 하숙

집으로 돌아 왔다.

철민은 동엽이 말대로 몇 일더 깊이 생각했다. 하지만 동엽의 의도와는 달랐

다. 철민이가 생각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졸업할때까지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야

구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생각이었다. 철민은 전에 감독이 적어 준 연락처를 잃

어 버렸기 때문에 바로 야구부에 가입을 하지 않고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었

다. 철민이가 야구부에 들 생각을 굳힌 것에 그가 아직 철이 없었다는 것도 한

몫을 했다. 야구인이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생활과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그

런 것에 대하여 철민은 아주 쉽게 생각했다. 하면 되지. 그리고 철민은 또 하나

의 즐거운 생각을 했다. 일류 야구 선수가 되어 아주 공부 잘하는 마누라를 얻

는 것. 바로 현주를 생각한 것이다.

 

철민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지윤이도 서울에 있었다. 서울에 확실한 거처

가 있는 지윤이는 방학 중에도 모든 일을 서울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철민에게 지윤이가 연락을 했다. 그동안 시간이 없던 관계로 가족들 하고만 보

냈던 자기 생일을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픈 마음에 철민

이를 자기 생일 파티에 초대한 것이다. 그 초대를 받은 날, 철민은 자기 학교 야

구부 감독을 찾아 갔다.

"자네 누군가?"

"저요? 저번에 감독님이 저 야구부 들라고 말씀 하셨잖습니까?"

"자네 혹시 그 황금 어깨를 가지고 있던 그 학생인가?"

"네."

"정말? 자네 야구 하겠나?"

"그럴려고 찾아 왔는데요."

"잘 생각했네. 앞으로 어려움이 많을텐데 이겨 낼 자신은 있지?"

"네."

"자네는 어깨 뿐만 아니라 체격도 좋아. 야구 선수로서는 이상적이지. 앞으로

기술과 체력만 길러 내면 될거야."

"정말 제가 야구 선수가 되면 특급 투수가 될 수 있을까요?"

"바탕은 있어. 노력하기에 달렸지만. 분명 재목은 특급 투수 감이야."

"감사합니다."

"지금은 아주 더운 날이라. 훈련이 없지만 방학 중에도 우리는 훈련을 한다네.

자네가 야구 할 생각을 굳혔다면 자네도 곧 훈련 받을 준비를 해야 할걸세."

"하면 되지요 뭐."

"결심이 섰구만. 자네 야구 장비는 있나?"

"없는데요."

"아직 선후배간 인사도 못했지? 여긴 선후배간 규율이 엄격하다네. 하지만 자네

는 정상을 참작해서 선배들에게 규율을 완화하게 해 줄 것을 당부 하겠네."

감독은 철민에게 여러가지 주의 사항과 앞으로의 할 일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그리고 무슨 서류에다 지장을 찍어라 했다. 철민은 지장을 찍고 정식으로 한량

대 야구 선수가 됐다. 철민이가 인사를 하며 돌아 가려 할때 감독은 봉투를 하

나 건네 주었다.

"자네가 야구 선수가 되면 전에도 말했듯이 등록금은 면제가 될 것이야. 대학

야구도 상당히 체계적으로 살림이 꾸려지고 있지. 여긴 선수를 선발하는 스카우

터들도 있고 기숙사를 관리하는 사감도 있네. 이 서류를 본관 교무처에 제출 하

면 얼마간의 돈을 줄 걸세. 그걸로 아주 좋은 야구 글러브 하나 사게. 유니폼이

야 남는게 많으니까 그건 해결 됐고, 자네 등번호 몇 번 달고 싶냐?"

철민이는 등 번호 얘기가 나오자 비로소 자기가 야구 선수가 된다는 것을 실감

했다. 앞서 감독이 뭐라 말할 때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으로 근성으로 들었

다. 그리고 지장을 찍으면서 서류상으로도 야구 선수가 되었음을 인정할 때도 별

로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등번호 얘기가 나왔을 때는 느낌이 달랐다.

"잠깐만 시간을 주십시오."

"자네가 원한다고 다 그 번호를 줄 순 없어."

"세자리 숫자도 되나요?"

"안 될 것은 없지만."

"그럼 두자리수로 하지요. 28번 있습니까?"

"잠깐 기다려 보게. 음, 어. 28번은 비어 있다. 그 번호를 특별히 원하는 이유

는?"

"야구로 성공하면 28살 때 장가 가려구요."

철민은 의미 있는 미소를 남기고 감독실을 나왔다. 그리고 교무처로 가서 서류

를 제출했다. 철민이는 30만원이란 거금을 받았다.

 

철민이는 삼만 오천원 짜리 야구 글러브를 하나 샀다. 동네 운동점에서 그냥 손

에 맞는 아무 글러브를 하나 샀다. 철민은 갸우뚱 했다.

’’26만원이나 남았네. 조금 더 비싼 글러브를 살 걸 그랬나? 이것도 괜찮은데

뭘. 참 지윤이 생일이 낼 모레라고 했지? 그래 지윤이는 항상 생각나는 여자야.

가슴 떨리지는 않지만 말이지.’’

 

철민이는 남은 돈으로, 그러니까 자기에게는 분명 남은 돈이 눈 먼 돈이었다.

아주 과감하게 이제 스무살짜리가 자기 여자친구 생일 선물로 26만원을 다 써 버

렸다. 3만원 짜리 커다란 인형 하나와 23만원짜리 원피스.

"지윤이냐?"

"응 철민이구나."

"좀 나와라. 백화점 가자."

"백화점은 왜?"

"나와 봐."

철민은 인형을 먼저 사고 옷은 지윤이와 함께 사러 돌아 다녔었다. 지윤이는 옷

을 보러 다니면서 큰 인형을 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옷까

지 입어 보라는 철민이의 태도에 황홀해 했다. 백화점 어느 여성 의류점에서 지

윤은 마네퀸이 입고 있는 원피스 하나가 맘에 들었다. 조심스럽게 철민에게 물었

다.

"이거 입어 봐도 될까?"

"입어 보면 되지 나한테 그걸 왜 물어 보냐?"

지윤은 인형을 잠시 철민에게 맡기고 탈의실로 들어 갔다. 그리고 환한 웃음을

띠고 마네퀸과 같은 모습을 하고 나왔다. 그래 오히려 마네퀸 보다 예쁜 모습으

로 탈의실에서 나왔다.

"그게 마음에 드냐?"

"응."

"그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철민이가 지윤이와 같은 웃음을 웃어 주었다. 지윤이가 철민에게 와서 조용히

얘기를 했다.

"너도 제법 여자 마음을 잘 안다. 사지 않더라도 여자들은 옷 입어 보는 거

좋아하거든. 그것도 남자 친구가 보는 앞에서는 더욱 더 그래. 이런 거 생각 못

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지윤은 옷을 입어 보긴 했어도 철민이가 그걸 사준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보

다. 그냥 철민이가 자신과 함께 쇼핑 나온 것에 즐거워 했다.

"남자 친구라 하면? 애인?"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너무 앞서 가지 마라."

"치, 그냥 듣고 넘기면 탈이라도 나니?"

"그건 그렇고 잠깐만 돌아 서 봐라. 음, 너 돈 딱 맞출 줄 아는구나."

철민은 지윤이 입고 있는 옷의 등짝에 붙어 있던 가격표를 살피더니 그렇게 대

답을 했다. 지윤은 약간 어리 둥절해 하는 모습이다.

"너 이거 지금 사줄려고 그러는 거니?"

"그럼 입어 봤으면 사야지. 쪽 팔리게 촌년 티 내지 마 좀. 너 이거 입으니까

좀 이뻐 보인다. 그냥 이거 입고 돌아다녀라."

지윤이는 아직도 철민이가 장난으로 말하는 줄 알고 있다가 인형을 떡 놓고 카

운트로 가서 돈을 내는 것을 보고 사실임을 믿었다. 지윤은 인형을 안고 아직 가

격표가 그대로 붙어 있는 새 옷을 입은 채 철민에게로 다가 갔다.

"정말 사주는 거야? 복권이라도 당첨 된 거야?"

"그럴 일이 있어. 아줌마 여기 돈."

"저 아가씨에요."

"그럼 아가씨. 여기 돈."

 

철민은 글러브 사라고 준 돈 삼십만원 중 글러브 사는 데는 삼만 오천원을 쓰

고 나머지는 모두 지윤이를 위해 썼다. 철민이가 앞으로 야구 선수 생활을 잘 견

더 낼런지 아주 의문이 드는 철없는 짓이었다. 철민이는 지윤이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그런 지윤이 보다 현주를 먼 훗날의 마누

라 감으로 찍어 놓았다. 철민은 현주를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고, 지윤이와는 손

을 잡고 마주 보며 같이 걸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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