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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업둥이와 새벽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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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홍 [clemenskim] 쪽지 캡슐

2016-12-27 ㅣ No.7960

 

지난달, 어머니께서 내곁을 떠나신 이후, 한동안 어머니에 대한 미안하고 후회스런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좀 우울하고 나른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젠 일상으로 돌아와 밀린 일들도 정리하며 가족 모두 평안히 잘 지내고 있는데 뜻밖의 기쁜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 11월, 어머니 장례식에 문상을 왔던 어릴적 악동 절친이 세례를 받으려고 교리공부를 하고 있다며 12월에 세례식을 하는데 내게 대부를 서달라고 하였습니다. 교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녀석이라 난 신자이긴 하지만 대부를 서본적도 없고 나혼자 신앙생활 하기도 벅찬데 부모 말안듣는 늙은 자식을 둘 자격도 마음도 없으니 다른 사람을 알아보라고 거절했는데 아내는 어머니께서 떠나시며 고아가 된 아들이 외로울까봐 업동이를 하나 보내주시는가 보니 경험삼아 한번 해보라며 의외로 기뻐하기에 기꺼이 승락을 했습니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처음으로 대부로서 세례식에 참석하여 예식을 치르려니 정작 세례를 받는 이보다 내가 더 긴장이 되어 매우 진지하고 엄숙하게 일을 치르고 첫 대자를 얻었습니다. 나의 친구인 대자는 가족 중에 유일한 비신자였기에 단숨에 성가정을 이루어 부인과 아이들은 물론 처제내외까지 모두 모여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도 좋고 부러웠습니다. 내 아들들도 언젠간 같은 신앙인이 되어 완전한 성가정을 이룰 날이 오게 되기를 기다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첫대자를 얻어 대부가 되고나니 대단한 일을 한 것모냥 그냥 행복한 마음이 들어 모범적인 신앙인이 되려고 성경도 더 열심히 많이 읽던 어느날 새벽에 잠이 깨어 매일미사를 읽다가 문득 지금 이 시간에 성당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여 성당홈피 검색을 해보니 매일 새벽6시에 미사가 있기에 바로 옷을 갈아입고 새벽미사에 나가 보았습니다..

추운 겨울 새벽인데도 두텁게 옷을 입은 분들이 많이 참석하셨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지극히 평범하신 분들이었으며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시는 모습들이 모두 평온하고 행복해보이는 것이 평소 내가 닮고 싶은 신앙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새벽미사는 주일교중미사 때와는 무언가 다른 정적인 분위기가 좋았는데 특히 예수님을 독대하고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아 그후로는 계속 새벽에 일어나는게 좀 힘들긴하지만 기꺼이 스스로 마음이 이끄는대로 나가고 있습니다. 새벽 단잠을 조금 더 자는것보다 성당에 나가 미사를 드리는 것이 내 영혼을 정화시키는것 같아 새벽미사를 드리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따라하고 싶어졌습니다..

신자가 된 이후, 힘이 들때면 주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늘 보이지도 않는 주님께 청원을 하는 나 자신을 보며 내가 이렇게 나약해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가 비통하고 딱한 마음이 들곤하댔는데 이젠 주님께 기꺼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는 것이 편안해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이제야 내가 비로소 신앙의 유아기를 벗어나 신앙의 참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는가 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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