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자신을 성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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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형 [peter208] 쪽지 캡슐

1999-06-03 ㅣ No.697

요즈음의 내 모습을 반추해보면, 어딘가 부글부글 끓는 구석이

있고, 세상에 대한 은근히 화가 나있으며,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현실을 한탄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내 마음에 맞갖도록 변할 수

없음을 금새 까먹고,

. "감나무 아래 앉아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거나

혹은 나무옆에 앉아서 토끼가 나무에 콰당하고 부딪혀 죽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럼, 불완전한 나를 바라보며 끊임없는 변화와 정진만이

남겨져 있음을 깨닫고 살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봉착하게

되는데..........

 

문득 아래의 글을 읽고 적잖은 마음의 움직임을 경험케

되었고 나를 이끌어주시는 분은  ...이시지 않는가를 알게 되었다.

 

달라지지 말게.

 

여러 해 전부터 나는 신경이 과민했다. 불안해하고 우울해하고 나만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만나는 사람마다 줄곧 나더러 달라져야

한다고, 신경 과민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그들을 원망하고 또 그들에게 찬동하면서, 내가 달라지고

싶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달라지지 못하는 것이었다.

 

제일 속상하는 일은 제일 친한 친구마저 나더러 신경 과민이라고,역시

내가 달라져야겠다고 거듭 주장하여 마지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 말에도 찬동했다.--차마 그 친구마저 원망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자신이 너무나 무력하고 너무나 속수무책임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말했다.

"달라지지 말게. 지금 그대로 있어. 자네가 달라지거나 말거나 그게 정작

중요한 건 아냐. 난 자넬 그저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어. 내가 자넬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

 

음악처럼 그 말은 귀에 울리고 있었다.

"달라지지 말게, 달라지지 말게. 달라지지 말게

......난 자넬 사랑하고 있어."

 

그리고 나는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나는 활발해졌다. 그리고 나는

이 얼마나 희한하고 신기한 일인가. 나는 달라졌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달라지거나 말거나

나를 사랑하겠다는

누군가를 발견하기 전에는

내가 정작 달라질 수 없었음을.

 

이런 모양으로 당신은 나를 사랑하십니까,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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