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2동성당 게시판

어머니의 기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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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jekl20] 쪽지 캡슐

2001-04-05 ㅣ No.250

[이상한 조짐]

 

 

꿈이 었나?

아직 밖은 어둡고, 간간이 창문 틈을 비집어 드는 바람소리가 귀에 익다.

옆에는 친구 경영이 누워있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아기같다.

 

그래,  또 그 꿈이었구나.

나는 며칠째, 무서운 꿈에 시달리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떠오르지 않는데, 잠을 깰 당시의 마지막 내용만은 생생하다.

 

나는 풀밭이나, 강물 위에 누워 있다.

그러면 잠시후에 투구를 쓴 장수가 다가온다.

얼굴은 그늘져서 보이질 않고, 눈 위치일 듯한 자리에 노란 불빛만 두개 번쩍인다.

일어나 달아나려는 것은 마음일뿐,

움직이지 않는 몸을 돌아보면, 풀잎이나 끈이 내 손발을 붙들고 있다.

언제나 장수의 창이 내 가슴 중앙에 꽂힌다.

 

꿈에서 깨어나면, 실제로 명치가 아프다.

’오늘 꿈이 벌써 세번째던가?’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셨다. 가슴이 좀 진정된다. 손으로 땀을 훔쳐 낸다.

시계는 4시를 가리키고 있다.

다시 잠들기는 틀렸다. 서재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보름 정도 전에 만난 여인에게 활기찬 아침을 바라는 메일을 보냈다.

여인의 이름은 은정이다. 그녀는 내가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 처음 선본 사람이다.

예쁜 편은 아니지만, 말 수가 적고, 차분해 보였다.

커다란 검은 뿔테 안에서 강렬하게 반짝이는 눈이 철학을 전공했다는 말을 받쳐 주었다.

큰언니가 시집을 가고, 아직 총각인 오빠 3명을 둔 막내답게,

내말이 끝나면, 잠깐 귀엽게 웃고 나서 대답을 한다.

 

사실, 그녀를 처음 만난 날, 그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30년이 넘도록 보살펴주신 부모님께 더이상은 실망을 드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의 결혼관은 둘이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동안 주위에서 마음에 드는 자매님들을 많이 만났고, 실제로 좋아했지만, 전혀 표현을 하지 못했다.

나는 병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앞에서는 번번히 생각과 말과 행동이 굳었다.

아무 말도, 표현도 못하고 돌아와서는 집에서 후회하곤 했다.

 

’그래, 인생이 다 그런거야. 노력하자.’

 

그녀를 만난 후, 주일이면 광주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같이 식사하고, 영화보고, 까페에 가고, 백화점 구경하고...

다시 저녁이 되면, 서울로 왔다.

그러면, 비용이 한 10만원쯤 든다.

’음, 여인과 만나려면 돈이 많이 들지. 결혼하고 나면 아껴야지.’

그리고, 주중에는 어색한 전화와 정을 담은 메일로 통신을 했다.

 

날이 밝는다. 친구 경영을 깨웠다.

물끓여 컵라면을 먹고, 서로 출근을 했다.

본가에 갔다.

아버님께 오늘 내과에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갑자기 웬 내과냐?"

"요즘 공복 때, 창자를 찌르듯 배가 많이 아파요."

"배가 고파서 그런거야. 밥을 좀 많이 먹고, 끼니 걸르지 말고... 그래, 병원에는 한번 가봐라."

혼자 출근하시는 아버님이 쓸쓸해 보인다.

"병원은 어디로 갈꺼냐?"

"예. 어머님, 그냥 당산역 앞에 문ㅇㅇ내과에 가려구요."

"출근은?"

"병원갔다와서 하겠습니다."

 

개인 내과에 갔다.

길을 다니면 전혀 모르지만, 병원에 가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픈지 실로 놀랍다.

조그만 개인병원인데도, 로비에는 20여명이나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차례를 기다렸다가 의사 선생님을 뵌다.

"어떻게 아픕니까?"

"공복 때, 배가 많이 아파요. 새벽에 잠이 깬 적도 있고, 점심과 저녁은 두 공기씩 먹어요.

밥을 많이 먹고 나면, 배가 좀 편안해 지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십이지장 궤양 같군요? 처방전 드릴테니, 열흘 분 약을 지어 드시고,

그래도 계속 아프면 위 내시경을 촬영해봐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회사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다.

’십이지장 궤양은 흔한 병이 아닌가? 약먹고 식습관 조절하면 금방 나을꺼야.’

은정에게도 궤양이라고 연락을 했다.

걱정했던 은정도 다행이라고 한시름 놓는다.

은정과 나는 서로 결혼에 마음이 있어, 상견례 계획을 짜두었다.

양가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속성으로 짠 계획이었다.

 

10월 22일 : 은정네 집 방문.

10월 29일 : 우리 본가 방문.

11월 12일 : 광주에서 양가 부모님 상견례.

12월 23일 : 결혼.

나는 흐뭇하게 결혼 계획을 되짚어 본다.

순천에 계신 가멜라 아주머니께도 조카를 소개시켜 감사하다고 전화로 인사드렸다.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

공복에 배가 무척 아프다. 새벽에도 자주 깼다.

처음에 3일 정도는 배가 편안했지만, 그 이후로는 창자를 비트는 듯,

배가 아픈 정도가 처음보다 훨씬 심해졌다.

 

위 내시경을 찍어야 겠다.

개인 병원에서 내시경을 찍어도 어차피, 사후처리는 종합병원에서 해야할 것 같아,

회사에서 가까운 부천성가병원에 문의했다.

회사가 좀 한가한 날을 택하여, 10월 27일에야 의사선생님과 상담할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의 증상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렸다.

"내시경을 찍어야 자세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언제쯤..."

"일반내시경이 있고, 마취후 시행하는 수면내시경이 있는데, 어떤 것으로 찍을건가요?"

"수면내시경으로 하겠습니다."

"11월 8일에 오시죠. 차는 두고, 보호자와 함께 오셔야 합니다."

 

회사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식전 공복에만 찾아오던 통증이 이제는 1시간에 10여분씩 반복된다.

신기한 것은 식사를 많이 하고나면, 2시간 정도는 매우 편안했다.

나는 매시간마다 빵이며, 라면이며 간식을 먹어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4]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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