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오체투지28일차> 삭발도진세 존염표장부 (削髮逃塵世 存髥表丈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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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peace-maker] 쪽지 캡슐

2008-10-03 ㅣ No.8570


문규현신부님과 수경스님이 오체투지 순례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을 잊고 지내다가 어제 문화방송 PD수첩을 보고 알게되었습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나름 사회의 불합리함에 대하여...또는 소통에서 소외된 자들을 외면하는 이 세상에 대하여...

술자리에서 나름의 안주를 삼아 토로하고 격정하였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그들의 지금 상황이 제 술자리 안주로 삼기에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 나는 쓰린 속과 술통을 걱정하는 나 자신을 당연시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그런 나의 담론과 토론을 외면하는 친구들에게 속으로 "너의 같은 이들이 있으니 세상이 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내 스스로 그들보다 사회에 대하여 조금 더 관심있는 듯 나 자신을 합리화 시키곤 했었습니다.. 결국에 세상이 변화시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부끄럽습니다..

가장 낮은곳으로 임하는 두분의 순례를 보면서 결국 세상을 바꾸는 가장 바른길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내가 변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결국에는 자기로부터의 혁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차마 고통스러운 두분..아니 세분의 오체투지 순례에 응원의 말을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건강하게 잘 마무리 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서 순례를 통하여 이루고져 하는 사회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웃는 모습으로 보셨으면 합니다.



윗글은 9월30일 MBC PD수첩을 보고 ''여럿이함께''라는 닉을 쓰는 분이 순례단 카페
(
http://cafe.daum.net/dhcpxnwl) 에 올린 감사의 글입니다.

윗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변하는만큼 세상도 변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세상은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내년에는 묘향산까지 갈 계획입니다. 그 느리고 느린 여정이 말 그대로 우리 한민족 모두의 순례의 길이 되어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변해야 할 방향을 돌아보고 그 갈 길을 바로 세우는 여정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길이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소화(小花) 테레사 축일의 삭발례(削髮禮)>
오늘 전종훈 신부님은 아침부터 “10월 1일은 ‘작은 길’이라는 고유한 영성을 가지고 살았던 ‘성녀 소화(小花) 테레사(Teresia, 또는 데레사)’의 축일”이라고 말씀하시며, 자신도 역시 소화 성녀가 걸었던 가장 낮은 자세로 사제의 길을 가겠다고 말씀하였습니다. 또한 과거 사제가 신부 서품을 받기에 앞서 삭발의식(삭발례.(削髮禮))을 거행하였던 역사를 알려주며, 오늘 다시 ‘초심’으로 되돌아가 이 땅의 평화를 마음에 안고자 ‘삭발’을 하고 싶다 말합니다.

이에 수경스님이 사명대사의 ‘삭발도진세(削髮逃塵世), 존염표장부(存髥表丈夫)’라는 문구를 설명해주면서, 자신이 직접 삭발의식을 도와주겠다 합니다. 결국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상관성당의 한 장소에서 삭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불교의 삭발의식은 잘 알려져 있으나, 가톨릭에서도 삭발의식이 있었다 합니다. 오늘 순례에 참여한 문정현 신부님과 문규현 신부님 역시 과거 삭발의식을 수행하였다 합니다. 가톨릭에서 지금은 거행하지 않지만, 삭발의식은 수도자나 성직자로 입문하는 의식으로 거행되었다 합니다.

그렇기에 가톨릭에서 삭발의식은 세속을 끊고(삭발도진세(削髮逃塵世) 자신을 하느님께 와전히 봉헌한다는 의미입니다. 세속과 완전히 단절했다는 의미와 자신을 정화하여 온전히 하느님께 바치며 사제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입니다.

오늘 그렇게 전종훈 신부님은 소화 테레사 축일을 맞이하여, 삭발의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오후에 전종훈 신부님은 달라진 모습으로 순례에 임하였으며, ‘대지는 평등하며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그 품에 안겼을 때 한 없이 평화롭더라.’며 기도 순례에 임하였습니다.


<하늘 평화 머무는 곳 - 섬진강 물처럼, 지리산 들풀처럼>
오늘 순례단의 하루 시작은 ‘하늘 평화 머무는 곳 - 죽림교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람이(하늘을 보는 사람)와 해람이(해를 보는 사람)가 들어와 순례단에게 아침 인사를 해 주었습니다. 두 어린 천사는 ‘어제(9월 30일)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남관 초등학교)에서 순례단을 보았다.’며 분주히 돌아다니며 아침인사로 순례단을 반겼습니다.

죽림교회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좋은 숙소를 제공해 주신 덕분에 순례단은 하루를 여유있게 시작하였습니다. 죽림교회의 부속건물은 황토로 지은 아름다운 건물이기도 하였지만‘하늘 평화 머무는 곳 - 섬진강 물처럼, 지리산 들풀처럼’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섬진강을 흐르는 물처럼 지리산의 들풀처럼 자연의 모습은 그대로 생명 평화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생명 평화는 하늘의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모습도 자연의 선한 질서를 따라간다면 더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한 발자국 느리게 걷기>
순례단의 진행속도는 아주 느립니다. 그래서 ‘아예 도를 닦는다고 생각하고 왔다.’고 하는 참가자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표현이 정확할 수 있습니다. 기도를 드리면서 한 발자욱 느리게 걷는 것. 자신의 일상적인 삶의 속도를 거부하고 천천히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삶을 돌아보는 걸음. 그 과정에서 나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삶.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날은 무덥고 차량의 분진이 많은 날이어서인지 순례를 시작한 지 1시간이 되었을 무렵부터 순례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신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나는 차량 행렬은 길게 늘어서서 순례를 구경하고, 덕분에 마음 급하신 분들은 경적을 울리네요. 땅 바닥에 누워 지나는 차량의 속도를 경험하는 것은 공포이지만, 차량의 경적을 듣는 것은 심적으로 더 큰 고통입니다. 진행팀이 차량행렬을 빠르게 정리하려고 하지만,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듯이 참 힘든 일입니다. 운전자분들에게도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지나는 차량 운전자로부터 표현하기 힘든 소리도 듣기도 하였지만, 오늘은 격려와 지지를 많이 받은 날입니다. 어느 분은 길을 가던 차량을 돌려 찐빵을 사오며, ‘어제 밤에 방송(PD수첩)을 보았다’며 힘을 내라고 하시고, 다른 운전자는 아예 차를 멈출 듯이 운전하며 창문을 열고 박수를 치며 힘내라 합니다.




오전 10시 무렵 순례단이 잠시 도로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시각. 한 차량이 순례단 진행타량 앞에 정차하더니 부분인 듯한 분들이 차에서 내려 순례단에게 다가왔습니다. 남자분은 순례자들 인근까지 와서 인사를 하지만, 여성분은 멀리서 눈물만 보이며 등을 돌립니다. 한번 바라보고 눈물짓고, 다시 돌아보고. 그 분은 순례단을 만나지 않고 눈물만 보이시더니 떠났습니다. 오후에 다시 방문하여 신부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오체투지를 경험하고자 혹은 오체투지 순례에 함께하고자 참여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오체투지 순례는 누가 누구에게 신청하고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순례 현장에 참여하는 분만이 진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것. 그 역시 오체투지 순례와 함께하는 모습입니다.


(순례팀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교통안내팀)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2일(목) : 상관면 신리교차로(시작) - 전주시 완산구 안적삼거리(종료)
● 10월 3일(금) : 전주시 완산구 안적 삼거리(시작) - 전주시 아중역 입구(종료)
● 10월 4일(토) : 전주시 아중역 입구(시작) - 전주시 호성사거리 현대오일뱅크(종료)
● 10월 5일(일) : 휴식예정
● 10월 6일(월) : 휴식예정(1차 구간 조정일)


순례단 카페 "기도-사람의길, 생명의길,평화의길을 찾아서..오체투지순례단"

http://cafe.daum.net/dhcpxnwl
에 오셔서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함께 자기를 돌아보고,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느리고 느린 여정을 시작합시다.

2008. 10. 1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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