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비화]복사들이 무서워요

인쇄

박성칠 [mpark] 쪽지 캡슐

2002-09-17 ㅣ No.3016

복사들이 무서워요

 

 

때는 2002년 9월 15일 10시 55분,

11시 교중 미사를 준비하기 위해 제의방에 들어섰습니다.

남자 복사 4명이 저를 둘러싸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신부님, 오늘 강론 길어요?"

"내 강론 긴 것 봤냐?

한 7분쯤 될걸."

"아이, 너무 길어요."

"임마, 7분이 길긴 뭐가 길어?"

"악마의 강론이잖아요?"

 

(이 대목에서 설명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강론 시간의 길이에 대해 유난히도  관심 많은 아이들에게

언젠가 강론의 종류를 이야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5분 이하의 강론은 하느님의 강론이고,

5분에서 10분 사이의 강론은 천사의 강론이며,

악마의 강론은 10분 이상으로 20분, 30분,

경우에 따라서는 40분이 넘는 강론이라구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7분이면 임마, 천사의 강론이야.

내가 미카엘 아니냐?

미카엘 천사.

미카엘이니까 천사의 강론을 해야지."

 

돌발 상황은 이 때 일어났습니다.

"신부님, 7분 넘으면 똥 침을 놓을 거예요!"

"뭐! 똥 침?"

 

한 녀석이 스톱 워치 기능이 있는 시계를 차고 있더군요.

"좋아, 너 베드로, 내 강론 시간 재.

내가 ’교우 여러분’ 하면 시작하고

강론 끝나고 돌아서면 시계 눌러. 알았지?"

 

베드로는 물론 제 강론 시간을 쟀습니다.

봉헌 때 손을 닦으며 물어봤어요.

"몇 분 걸렀냐?"

"8분 16초요."

 

아무튼 미사가 끝나고 제의방에서 아이들에게 안수를 주었습니다.

저는 잊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달려들었습니다.

"신부님, 강론이 7분이 지났어요.

8분 16초라구요.

뒤 돌아서세요.

똥 침을 놔야겠어요."

 

아이들은 막 달려들었습니다.

저는 물론 도망갔지요.

본당 주임 신부가 복사들에게 똥 침을 맞는다면

저는 주교님께 혼나거든요.

주교님께서 서품식 때 그렇게 말씀하신 기억이 있어요.

가물가물하지만 말이죠.

 

저는 본당 신부에게 똥 침을 놓으려는 복사 아이들이 무섭습니다.

꿈에 나타날까 두렵습니다.

 

"주님, 도와주세요!!!

다음 주일이 무서워요."

 



308 1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