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창문 밖으로 크게 음악을 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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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환 [theophile] 쪽지 캡슐

2000-03-20 ㅣ No.2084

 신학교에 이런 후배가 있었읍니다. 성격은 괴팍하고 상처도 잘주고 잘받고 내성적이다가도

술 한잔 깊이 들어가면 교회와 자신과 사회에 대한 비판을 아프게 아프게 심장에서부터

꺼내놓던...

 그 친구는 클래식 광이었지요. 전문가라 할 정도로 음반 모으기에 심취했었읍니다. 어떤 곡의 누구의 연주가 좋다는 평이 있으면 한번 들어보기위해 마음을 태우곤 했지요. 저와는

음악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친해졌던것 같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특히 선배들에게 그리 편안함을 주는 사람은 아니었읍니다. 좋게 말하면

개성적이고 박하게 말하면 어울려사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는 사람.. 그런데 그가 날 매일

미소짓게 하는 힘이 있었읍니다. 가끔은 감동을 주기도 했읍니다. 그건,, 그가 아침마다

기분이 좋을때는 점심녁에도.. 하는 한가지 일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의 방은 기숙사 4층 끝방이었읍니다. 강의실로 내려가는 사람들을 모두 굽어볼 수 있는..

그가 가진 오디오는 꽤 괜찮은 것이었읍니다. (분수에 약간 넘친다고 뭐라하는 이들도 있었죠. 저는 그런 메니아의 마음을 이해합니다만,,)

그는 ,,날마다 .. 자신의 스피커를 창가로 향해 놓고 .. 정말 크게 음악을 틀었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고전음악들을.. 저는 가끔씩 그 음악을 들으며 "쇼생크 탈출"에서 "피가로의결혼 서곡"을 들으며 감동하던 죄수들과 비슷한 감동을 느꼈읍니다.

시끄럽다 투덜데는 옆동료의 불평에 고개는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미소를 짓습니다. 음악이 들리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는가! 하면서..

그가 사랑하는 바하, 그가 사랑하는 모짜르트, 그가 사랑하는 말러... 더 뭉클했던ㅡ이유를 이젠 압니다. 사귐이 부족했던, 따뜻한 말을 해주는 재주가 없었던 그는 그렇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줌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거기에 실어 전해주려 했던 것을..

 

 글을 쓰려 한 것이 꽤 오래됐지만, 이번에는 아침에 시작에, 이왕이면 맑고 찬란한 월요일 아침에 쓰고 싶어서 기다렸읍니다. 창문 밖으로 내 음악을 들려주면서..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고 마음을 빙빙도는 단어가 세개 있었읍니다.

 

 BEING ... BECOMING... BELONGING...

 

 있기.. 되기... 속하기

 

 사랑받는이(the Beloved) 로서 있으며, 사랑받는 이로서 되어가기 위하여, 사랑하는 이들

 에게 속한다는 인생의 길에 대하여. 교회에 "속"한다는 것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많이 생각합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속"한다는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자유롭게 하고 의미있게 하는지.. 느낍니다.

 

 그 사람들에게 선택되어지고 선택하고 , 축복해주고 축복받고, 쪼개어지고 부수어지고

 그러니 어두움과 상처를 공유하고, 그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어지고 그들을 선물로서        감사히 받아  들이고.. 그러며 점점 사람이 되어가고 "사랑받는이"가 되어가는것이 아닌지.

 

 그 후배는 아름다운 서품식을 거쳐 신부님이 되었읍니다. 그가 지금 훌륭한 사제로서 사는

 지 잘 모르겠읍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그라면 그는 점점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한 사람의

 사람으로 신앙인으로 사제로 되어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를 흉내내며 창밖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어

 주면 좋겠군요..  기쁜 일주일들 되세요..

 

 

   넌 내가 잊어버린 마음을 여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줬어

   넌 내가 포기했던 일상속의 행복을 내게 돌려줬어

   좀 더 다정하게 말하려 해도

   그럴 재주없는 이런 나지만

   말하지 않아도 넌 그저 눈빛만으로 날 편안하게 해

  

                        - 넥스트 "먼 훗날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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