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날씨 탓이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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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3-07-19 ㅣ No.5129

 

날씨 탓이냐구요?

 

아니예요.

 

그냥 그래요!  아니지 그냥이....

 

저 있지요. 사실 오늘 좀 기분이 그랬어요.

 

비 내리는 날씨 탓은 아니구요.

 

 기분이 그래서 행여나 누군가 날 불러 주는 연락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고  울리지 않은

 

 손 전화를 연신 만지작 거렸답니다.

 

아침결에 비가 내려 김현식과 튄 폴리오의 시디를 챙기며 이런 날은 성질 죽이고 천천히

 

운전 하는거야 하는 최면을 걸며 여늬 금요일 처럼 병원을 향해 갔습니다.

 

119 구급대의 숨 넘어가는 싸이렌 소리를 피해주니 들것에 실린 남자가 내려 왔습니다.

 

소림사 개 삼 년이면 쿵후를 한다더니 저도 듣고 본 풍월에 " 아 혈압 환자인가 보내..,"

 

응급실 다급한 상황도 이젠 무심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만나는 환자 중에 거제도에서 살다  이혼을 하여 혼자 밥을 해 먹다가 가스가

 

폭발하는 바람에 화상을 입어 올라온 환자는 보호자가 없었습니다.

 

이혼한 상태라 혼자이기도 하고 워낙 거제도가 먼 곳이기도 해서 가족이 와서 누가 돌 봐줄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식사시간이 되면 가서 밥도 먹여주고 말벗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전신 화상은 처음엔 미이라처럼 온 몸이 붕대로 감겨 있다 나중에 수수께끼 풀 듯이 하나

 

하나 붕대가 풀어지지요.

 

예수님이 지신  십자처럼 나무 발판을 뒤로 한채 꼼짝 못하게  팔을 벌려 놓기도 한답니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 중에 "이혼하고 해서 세상을 부정의 눈으로만 보았는데 날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서 세상은 좋은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뀌였다고 하더군요.

 

몸이 지남철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좋은 생각을 하는 그녀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회복이 되어 갔습니다.

 

마침 그 옆에  한 할머니가 누워 계셔 서 눈인사를 하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모든 일은 건강할 때 해야지 미루면 못하는 것 같아.... 아프니까 기도도 안되고 기도도

 

건강할 때 해야겠더라구... 지나는 독백처럼 하시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 아  ! 맞아 건강할 때, 지금! 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마음에서 피어

 

올랐습니다. 사실 전 염원이 담긴 기도도 기도지만 젊었을 때 여행을 실천해야겠다는

 

...음큼? 한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가스가 누출된지도 모르시고 모기향을 피우려고 성냥불을 그음과

 

동시에 폭발을 하여 화기를 입고 할머니는 나와 계시다 소리에 놀라 뛰어 들어가시다

 

온몸에 화상을 입으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할머니는 차츰 차도가 있어 보이셨고 어제 면회 온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할아버지는 좀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얼굴에 이내 그늘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순간! 아차 하는 ....

 

전에 할머니께선 할아버지가 당신 보다 더 중하여 중환자 실에 계시다고 하셨는데 사실

 

할머니가 계신 곳이 중 환자실이라 할아버지가 계실 곳은 없었습니다.

 

딸에게 "나는 괜찮으니  아버지한데 가보렴, 아버진 남자지만 무지 정에 약하고 좋은

 

분이니 나는 관두고 아버지 한데 한번 더 찾아가 간호 좀 잘좀 해드려라 하셨습니다" 딸이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목격할수 있었습니다.그 말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할머니 딸이 되고 가족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 한데 언제 말을 해야하는가.... 뭐라고 말을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은 답이 안나오는

 

문제 였습니다.

 

이젠 할머니도 의식이 돌아오고 차츰 안정이 되어 가시는데 어떻게 "아버지가 그때 그

 

화제로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어떻게 말씀 드려야하는가. 빈자리, 안계심을 어찌

 

설명 해야하는가.....이런 문제가 화두가 되어 누가 나에게 성냥불을 그어다오!

 

나도 이렇게 비오고 기분 꿀꿀한 날에는  커피 한잔 마셔주는 불 붙을 용기가 있다....

 

하는 엉뚱한 생각.

 

정말 날씨 탓이 아니라 기분 아주 꿀꿀한 날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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