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5월 25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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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5-25 ㅣ No.86

5월 22일(토) - 5월 24일(월)

        성당 언덕 왼편의 계단공사는 3/1쯤 진행 중이다.

      한총련과 범민련의 게시판에 새로운 쟁점들에 대한 글들이 게시되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변화의 조짐도 없다. 한총련과 지하철 노조, 민노총이 이곳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하면서 언덕의 오른편에 길게 늘어선 천막들이 설치된 것도 벌써 40일이

      되어간다. 천막생활에서 오는 지루함과 권태로움, 불안한 마음들이 어우러져 이제는

      서로가 자신들을 추수리려는 안간힘을 쓰는 듯 조용하기만 하다.

        그래서 일까?

      계속되던 무더위로 인한 짜증도 내린 비로인해 한풀 꺽이고, 이제는 서서히 무감각한

      상태로 접어드는 듯 보인다. 계속되던 불편함으로 이어지던 거센 항의의 소리도 차츰

      잦아들고 무심한 듯 스쳐 지나간다. 다만 보이지 않게 속으로 애가 타는 사람들만이

      눈빛으로 인사하는 정도이다.

        지하철 노조 집행부는 집행부 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대한 답답함으로, 민노총은

      민노총 대로 향후의 대책에 고심하고, 성당은 성당 대로 공사의 진행을 놓고 고민하고,

      계단공사를 맏은 업주는 업주 대로 일이 진행되지 못함으로써 오는 피해를 어떻게 할까

      고민만 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알기에 먼저 입을 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왜냐면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이곳 저곳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이들은 한총련 뿐이다.

 

5월 25일(화)

10:00 - 민노총, 공공연맹,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 합동 기자회견이다.

      "정부는 의료보험료 국고지원 50% 약속을 이행하고 국민연금 기금 분리기도 및 4대

      사회보험통합 무력화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과 "민주노총의 향후 대응방향과

      투쟁일정 및 계획"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에 덧붙여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일방적

      보험료 인상에 대한 우리 노조의 입장"이라는 내용으로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이 뒤를

      이어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의 5대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1.지역의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애초의 약속대로 50% 수준을 보장하라.

      2.노동자 민중에게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 보험료 인상을 중지하라.

      3.보험료 부과에서 누진제를 실시하여 보험료 부가의 형평성을 보장하라.

      4.실질적인 의료보장이 될 수 있도록 의료보험 급여의 범위와 수준을 확대하라.

      5.정부는 요양기관의 부당청구를 방지하기 위한 실사권을 보장하라.

 

11:30 - 지하철 노조 부위원장과 공공연맹 대표, 금속연맹 사무국장과 만났다.

      오랜만에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반갑게 인사는 했지만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게면적게 웃었다. 그동안의 일의 진척상황에 대해 물었다.

        지하철 노조 - 하루 빨리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일의 진척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있긴 한데 실무진에서 변함이 없어 답답하다. 얼마전

      자진출두한 노조원들 중 몇명을 제외하곤 전원 구속되지 않았나? 또한 노조 직무대행

      체제가 공사측으로부터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더욱 어렵다. 10억원에 이르는 피해보상

      을 계속 요구하고 있으니 이는 노조의 무력화를 기하는 것이라 지금 우리가 이 일을

      처리해야만 하기에 이렇게 시일이 늦어지고 있다. 천막농성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천막에 감금된 상태나 마찬가지라 우리도 지루하고 답답하다. 성당측에도 미안하다.

      공사는 진행되어 어지럽고 불편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을 보면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공공연맹 - 먼저 성당측에 미안하다. 성당측이 무조건 나가 달라고 말한다면 차라리

      대들기라도 할텐데,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주고 여러가지 배려도 해주고 있어 대들지도

      못해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안 생각만 든다. 지난번 규찰대에 대한 선처를 호소해 주고,

      자진출두하는 노조원들을 위해 하루종일 일일이 경찰서까지 따라가 주고, 회의장소까지

      마련해 주는 배려를 받았으면서도, 공사로 인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까지 당하고 있는

      성당측의 사정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 당장 나가 달라고 요구해도 할말은 없다.

      그렇지만 지금의 상태는 우리 노조가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고, 또 피해만 가중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냥 물러나는 것도 어렵다. 우리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렵겠지만 성당측에서도 힘을 좀 써달라. 아울러서 실질적으로 지하철 노조원들이

      있지만 서울시와의 교섭은 우리가 담당하고 있어 우리도 함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일이 진척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정부의 개각문제도 한몫을 한것같다. 개각 때문에

      그동안 서로 미루어 오다가 이렇게 됬는데, 오늘 저녁에 새로 임명된 노동부 장관과

      만남이 있다. 그때 무슨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과에 대해서는 내일

      말해 주겠다.

        금속연맹 - 4일전 이곳 공공연맹 천막에 다시 합류했다. 성당의 사정(천막을 대물림

      해주면서 생겨나는 "권리금"이라는 좋지못한 이야기가 파생된 것에 대해서서는

      미안하다. 성당측에서 말하는 그런 도덕적, 윤리적으로 잘못된 부분 때문에 이곳에서

      농성하는 사람들에게, 또 성지를 관리하는 성당측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것에 대해

      미안하다.)에 대해 충분히 들었다. 그런데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또 무작정 들어와

      할말은 없다. 금속연맹 노조 집행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떨어져 어쩔도리가 없다.

      성당측에서 요구하는데로 공사에 협조하겠다. 그러러면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성당측 - 여러분들의 고충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다려 준것이 아닌가.

      5월 24일 혹은 25일이면 마무리 될 것이라 해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다려 왔다.

      그러나 또 이렇게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사실 공사를 맏은 업주들도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왜냐면 공사를 위해 중장비니 인부들을 무작정 대기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 소집했다가 허비한 시간이 6일이나 된다. 하루에 100만원씩만

      잡아도 600만원이나 손해를 보았다. 그것도 공사를 중단하고 빠른 시일 안에 해산

      시켰기 때문에 그정도다. 27일(목)에는 지금 천막이 처진 쪽 공사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제는 업주측도 신뢰를 하지 않는 눈치다. 또 일주일을 기다려 달라고 말하니

      공사 중단을 말하겠다. 어제 비가 내려 토사들이 언덕 밑으로 흘러 민원이 보통이

      아니다. 그것도 걱정이다. 또 저 피켓을 보라. 신자들이 거세게 항의하겠다고 다시

      나선다고 해서 일단 기다려 보자고 했다. 하여간 또 일주일을 기다려 보자. 금속연맹은

      푸른학교와 같은 처지니 푸른학교와 같은 대안을 따라주면 좋겠다.

 

        서로의 답답함을 뒤로하고 일단 서로 이해를 하고 있다는 선에서 만족했다.

      현대중기가 말하는데로 "우리만 나가달라면 거부하겠다"는 말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기에 지하철과 민주노총과 공공연맹이 철수해야 다른 천막들에게도 철수해달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사정에 대해 현대중기나 푸른학교나 범민련이나 한총련도 이해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 볼 수 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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