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성당 게시판

교사분들 보세요...^^

인쇄

이진형 [child] 쪽지 캡슐

2001-01-22 ㅣ No.772

교사의 송년기도

 

 

 

주님, 일년을 바쁘게 보냈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을 다시 당신 앞에 펼쳐놓습니다.

 

 

 

어린이들이 저를 기다려야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저처럼 지각하는 저를 무안하게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성의없는 교안준비로 그들 앞에 서서 횡설수설한 때도 있엇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불성실을 꾸짖지 않고 "선생님"하면서 따라주었습니다.

 

 

 

한 녀석이 미워서 외면하고 은근히 나오지 않기를 바란 적도 있었습니다.

 

도무지 교리 수업에 보탬이 안되는 질문으로 나를 골탕먹이는 그 친구가 정말 싫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나의 축일에 해바라기 한 송이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남들은 세상의 지식을 전할 때도 책임있게 가르치는데

 

주님! 당신에 대하여 가르쳐야 하는 거룩한 소명임에도

 

저는 저에게 맡겨진 그들의 신앙에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주님! 저 자신이 스스로 교리교사의 자질을 갖추려 노력한 것이 아니라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저를 교리교사의 위치에 서게 해 주었음을 이제사 깨닫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을 배우려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십자가의 어리석음이

 

부활의 영광을 가져오는 조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 앞에서 저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웠습니다.

 

그들의 존재가 바로 교사로서의 나의 존재를 가능케 했음을 이제사 깨닫습니다.

 

 

 

주님! 그들이 제게 감사의 선물을 주었을 때

 

저는 비로소 제 자신이

 

당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토록 나를 사랑하시는 당신이 계심을

 

저는 어린이들 앞에 서서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세세에 영원히 받으소서. 아멘.



2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