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어른이 읽는 동화 -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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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marianna02] 쪽지 캡슐

2000-01-28 ㅣ No.742

  하루는 오른손이 왼손을 보고 말했습니다.

  "왼손아, 우리가 왜 발을 위해서 살아야 하니? 난 저 발이 미워 죽겠어.  어떻게 하면 좋겠니?"

  "그냥 이해해. 우린 누구를 위하든 위하면서 살도록 태어났어.  그게 우리의 숙명이야."

  왼손은 갱목에 다친 상처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오른손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습니다.

  "아니야, 난 이제 발을 위해 살 수는 없어.  난 발의 하인이 아니야. 난 그동안 쥐가 나면 문질러주고, 더러우면 씻어주고, 발톱이 길게 자라면 깎아주고, 발가락이 아프면 열심히 약을 발라주었어.  그런데 발은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어.  그동안 내가 너무 어리석었던 거야."

  "네가 어리석은 게 아니야. 우리들의 사랑에는 그런 맹목성이 필요한 거야."

  왼손과 오른손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발은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딴짓만 하고 있었습니다.

  "발아, 넌 왜 나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니?"

  화가 난 오른손이 참으로 섭섭하다는 눈초리로 발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발은 여전히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멀뚱한 눈으로 손을 한번 힐끔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오른손은 발의 그런 무표정한 얼굴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미움의 칼날이 시퍼렇게 곤두섰습니다.  언제까지나 발을 위해 살아야 한다면 아예 지금 발을 없애버리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막장에서 야간 근무를 할때였습니다.  오른손은 탄을 캐던 곡괭이로 왼손 몰래 발을 힘껏 찍어버렸습니다.  순간 손은 일찍이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증에 몸부림치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건 서로 한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발의 고통이 결국 자신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손이 미처 알지 못한 탓이엇습니다.

 

글이 어떻게 보면 무척 단순하지만 한번쯤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건 어떨까요?  ^^

 

마리안나였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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