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바람은 제 불고 싶은 곳으로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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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환 [theophile] 쪽지 캡슐

1999-04-14 ㅣ No.423

 " 바람은 불고 싶은 곳으로 붑니다. 당신은 그 소리를 듣고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영으로 부터 난이는 모두 이와 같습니다.(요한 3,8) "

 

 어느 해인가 가을날 로마에서 한 락 콘서트가 있었다. 거기에 교황님이 초대받으셔서 자리하셨다. 그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유명한 포크가수 밥 딜런의 순서였다. 그는 거기서 자신이 스물 갓 넘은 청년시절, 그러니까 60년대 초반 고뇌와 분노에 차 세상에 던졌던 절규의 노래를 이제는 중 늙은이 가객이 되어 다시금 읊조린다. " Blowin' in the wind ".

 

 "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얼마나 더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나 / 푸른 하늘을 보려면 얼마나 더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나 / 사람들의 고통소리를 들으려면 얼마나 더 귀를 기울여야 하나.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네, 친구여.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그는 이 노래가 오늘도 회의와 고통에 차 대답없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을 대변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어 교황님이 무대에 오르셨다. 이렇게 말씀하신다. " 그렇습니다. 해답은 바람안에 있읍니다. 그 바람은 성령이십니다. "

 

 이 요한 복음의 말씀은 니고데모라는 한 율법학자과의 대화에서 나온다.  그는 정직한 사람이고 잘 배운 사람, 품위있는 인물이다. 예수님은 이러한 그가 부딪힌 벽을 분명히 보여주신다. 바람앞에 당황해하는 그.

 그는 바람이 상징하는 영의 자유로움에 익숙치 못하다.

 그는 바람이, 그러니까 삭풍이 상징하는 현실의 척박함과 풀리지 않는 모순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는 밤에 예수님께 왔다고 한다. 밤은 유다인들이 가르침을 전수받는 시간이다. 또 아름답고 조촐한 촛불을 벗삼아 깊은 성찰과 명상에 들어서는 시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밤은 남의 이목을 피할 수 있고 완전히 자기를 드러낼 필요가 없는 숨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바람"이란 현실앞에 당혹해하는 그, 그건 바로 내가 아닌가...

 이제 나는 낮의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밤에 깨우친 것을, 가식없이 타인에게 내어 맡기고 땀흘려 영을 따라 걸어갈 낮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들이 이 고단한 바람 속에서 길이 어디 있는가 할때 바로 바람안에 답이 있음을 증언해야 한다. 용기와 담대함을 하느님께 청하고 한번, 두번, 계속해서 이를 체험해야 한다. 소리가 바람의 존재를 증명하듯 바람과 영이 동음이의어( 그리스어 pneuma) 라는 것은 참으로 뜻깊다. 자유롭다 하기엔 너무나 버겁고 흔들리는 바람 같은 인생살이에서 그 안에 생명과 구원으로 가득차 정말로 자유롭게 하는 영의 흐름이 있음을 확신하라는 진리를 담고 있다.

 

* 월요일, 화요일 복음을 대하며 그냥 보내기 아까워 이렇게 몇자 예전에 한 묵상들 적어 보았읍니다. 청년 분들도 마음에 든 성서 구절 만나면 소박하게 서로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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