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우리 시대의 '소통'을 말한다. - 두 성직자의 오체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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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peace-maker] 쪽지 캡슐

2008-09-30 ㅣ No.8552

 오늘(9월30일 오후 11시5분)
PD수첩에서 오체투지가 방송됩니다.
"우리 시대의 '소통'을 말한다.- 두 성직자의 오체투지"
사람의 길, 생명의 길 그리고 평화의 길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땅을 기어가는 자벌레 한 마리가 늘었습니다.>
자신 있게 출발한 오체투지 순례. 그러나 금새 온 얼굴에 땀이 배었습니다. 비인지 땀인지 모를 물방울이 얼굴을 타고 흐릅니다. 오후 햇살이 비추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도 벌써 콧등에는 땀이 송글 송글 맺히고, 숨은 가빠오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육중한 체형임에도 내리막길에서 진행하는 오체투지에 숨이 가빠오는 것을 숨기기 힘듭니다. 하루 일정이 마무리 되어질 시점에는 땀이 빗물처럼 얼굴을 타고 흐릅니다.




벌써 26일이나 오체투지 순례를 진행한 다른 두 분의 성직자에 비해, ‘나는 늦게 합류하였지만 더 건강하니 걱정하지 마라’던 중년의 한 사제가 오늘 하루 종일 그렇게 힘들게 땅을 기었습니다. 몸은 힘들고 지치지만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편하다 합니다. 단 한번의 오체투지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자벌레처럼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볼 수 있기에 마음은 더없이 평화롭다 합니다.

오늘부터 순례단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전종훈 신부님이 함께 합류하였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1990년 사제 서품을 받고 올해로 17년째. 그동안 전곡성당, 염리동 성당, 수락산 성당 주임신부였으나, 지난 8월 21일 ‘이례적’인 안식년 발령을 받았습니다. 애초 지난 9월 4일 순례 첫날부터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사제단의 통일미사 등 방문사업과 관련한 업무가 있어, 이제야 순례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지난 7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제는 삶으로 말할 뿐이다. 어떤 것도 우리에게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에게 영광은 하느님에 대한 영광 뿐이지, '내'가 누릴 영광은 사제에겐 없다. 그래서 세상의 눈으로 보면 늘 바보 같은 짓, 뻔히 지는 줄 아는 싸움을 한다. 그걸 신앙의 언어로 '십자가의 길'이라고 한다. 사제라는 인생이 가야하는 길이 있다. 그 길이 곧 사제의 인생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지금 여기 한 없이 자신을 낮추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겸허히 돌아보는 과정 역시 사제의 길이라 합니다.

하루 순례 이후, 무거워진 몸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미소로 사람들을 반깁니다. 그러면서 ‘이제야 마음껏 웃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육체는 힘들지만, 정신이 맑아지니까 즐거움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즐거움은 내가 나를 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내가 나인지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것을 우리는 기도라고 한다. 내가 나를 제대로 알 수 있을 때 비로소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으로 인해 순례단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지혜를 하나 더 배워갑니다. 자벌레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몸을 한번 움츠린 다음 앞으로 나아갑니다. 오체투지 순례 역시 한 번의 움츠림에서 자신의 몸을 낮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한 번의 발걸음에서 평화를 찾습니다. 우리의 순례가 갑갑한 세상을 한 번에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에 함께하는 마음 역시 늘어갈 것입니다.




<날씨가 변덕스럽다 합니다.>
일요일 밤. 하루 휴식을 마치고 숙소로 귀가하던 진행팀은 모두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일요일 밤부터 비가 내려 오늘 진행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침나절에도 비가 계속 내리고, 순례단은 오전 내내 비를 맞으며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오늘부터 오체투지에 합류하는 전종훈 신부님은 비가 오니 마음은 시원하다 하지만, 내리는 빗줄기에 오체투지를 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전종훈 신부님 뿐만 아니라,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 역시 휴식시간마다 빗물을 짜내기에 급급합니다. 한번 물을 먹은 몸자보와 보호대는 천근만근의 무게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오전 순례에 함께 참여하신 나이 지긋한 할머니(관촌 공소의 천주교 신자) 한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가슴아파하며 고개 숙여 기도를 드릴 뿐이라 합니다.




그럼에도 전종훈 신부님은 쉬는 시간마다 ‘형들이 먼저 앞장섰으니 피곤할 것이다’며 연신 수경스님의 어깨를 주물러 주기만 합니다. 그리고 문규현 신부님과 함께 담소를 나눕니다. 굉음을 내며 달리는 차량과 내리는 빗속에서, 짧은 시간의 휴식 시간마다 전종훈 신부님과 다른 두 분의 성직자는 여전히 평화스럽게 명상을 진행하고, 담소를 나누며, 서로의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순례길을 나아갑니다. 그렇게 비 오는 길가에는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성직자들이 함께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을 찾고 또 찾고 있습니다.




한참 내리던 비는 점심 무렵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바로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점심 식사 이후에는 비 구름은 찾아볼 수 없고, 완연한 가을 하늘이 내려다 보이는 산길에서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오후시간 들어 급격한 날씨의 변동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지 전종훈 신부님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호흡은 점검 거칠어졌습니다. 진행팀이 첫날부터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질문을 하면, 여전히 ‘좋다. 정말 좋다. 그동안 갑갑하였는데 참 좋다’고 하며 기운을 내곤 합니다
.



진행팀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이창건 님은 늦은 나이에도 여전히 대학생입니다. 그래서인지 “늦은 나이에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제들이 예상됩니다.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그로인해 삶의 활력을 위한 에너지 충전은 물론 여러 가지 배움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진행팀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이창건 님은 “몸자보 뒤쪽의 기도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다.”며, “일전에 스님께서 지금이 때고, 길은 만들어 가면 된다고 하셨기에 길에 대해 뭐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정치적인 측면에서 사람의 길이란 광우병쇠고기 수입 정책에 대한 반대, 생명의 길이란 대운하 저지, 평화의 길이란 그릇된 대북 정책의 반대라고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의 길이란 자신의 길을 충실히 가면서 이타적 삶을 사는 것이 사람의 길이다.”고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이창건 님은 순례단 후미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밤에는 순례자들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순례단은 순례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한 걸음 한 걸음에 한 사람의 마음이 변하고, 그 변화가 서로와 서로에게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서기를 소박하게 기대할 뿐입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9월 30일(화) : 완주군 상관면 원룡암 입구(시작) - 죽림온천 입구(종료)
● 10월 1일(수) : 죽림온천 입구(시작) - 상관면 신리교차로(종료)
● 10월 2일(목) : 상관면 신리교차로(시작) - 전주시 완산구 안적삼거리(종료)
● 10월 3일(금) : 전주시 완산구 안적 삼거리(시작) - 전주시 아중역 입구(종료)
● 10월 4일(토) : 전주시 아중역 입구(종료) - 전주시 호성사거리 현대오일뱅크(종료)
● 10월 5일(일) : 휴식예정


 


기도-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오체투지순례단
(
http://cafe.daum.net/dhcpxnwl)

 


2008. 9. 29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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