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3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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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11-10 ㅣ No.1032

연중 제32주일(가해. 2002. 11. 10)

                                                 제1독서 : 지혜 6, 12 ∼ 16

                                                 제2독서 : 1데살 4, 13 ∼ 18

                                                 복   음 : 마태 25, 1 ∼ 1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어느 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교수님을 찾아와 "교수님, 사람은 죽기 얼마 전쯤에나 죽음을 준비하면 될까요?"하고 물었습니다.  교수님은 아무 생각 없이 쉬운 듯 "단 몇 분이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거 참 좋군요!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앞으로 수 십 년의 세월은 멋대로 즐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생은 매우 유쾌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이 교실을 막 나가려 하자, 이번에는 교수님이 "그런데 자네는 언제쯤 죽을 것인지 그 때를 알고 있나?"라고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학생은 마음이 내키지 않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 당장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걸세"라고 교수님이 말하였습니다.

 

  옛 어른들은 자신의 수의를 준비하면서 죽음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입고 갈 옷을 준비하는 마음은 언제든지 어떠한 모습으로 죽든지 그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뜻이 아닐까합니다.  여러분은 죽음에 대해 준비하고 계십니까?  제가 신학교에 입학하자 신부님들께서는 사제로 살고 사제로 죽을 수 있게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유언장을 써놓으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갓 입학해서 꿈을 키우려하고 있는 우리에게 죽음을 생각하라니 정말 어이가 없군'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신부님들께서 사제로 죽기를 위해 기도하고, 유언장을 써놓으라는 말씀을 왜 하셨는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제의 삶은 기도 없이는 안되고, 유언장을 쓰면서 마지막을 생각하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죽음을 앞둔 사람은 무서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무엇인가 부족하여 그 부족함을 채워야 할 것처럼 아쉬운 생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청승맞은 일도 아니고 서글픈 일도 아닙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지금 삶을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더 아름다운 것인지 진실 되이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유언장을 써 보십시오.  촛불을 켜고 조용히 앉아, 지나온 여러분 삶을 생각해 보면서 유언장을 작성해 보십시오.  여러분 삶에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아 먹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설마 설마 하고 미루고 게으름 피다가 결국은 큰 재앙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지혜롭다는 것은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이의 모습입니다.  "지혜를 찾는 사람들은 그것을 발견하게 마련이다.  원하는 사람들이 알아 볼 수 있도록 지혜는 스스로를 나타내 보인다.  지혜는 바로 네 문간에 와서 앉아 있을 것이다"라고 오늘 제1독서는 말합니다.  지혜는 우리 곁에 있기에 우리가 찾고자 하고 얻고자 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지혜롭게 산다는 것은 쉬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에 충실하고 준비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복음의 열 처녀의 비유에 나오는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말입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신랑을 기다리는 열 명의 처녀들이 있습니다.  똑같이 신랑을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어떤 처녀들은 신랑을 만나는데 어떤 처녀들은 만나지 못합니다.  이유는 오로지 하나, 지혜의 차이 때문입니다.  언제 올지 모르기에 모두 등잔을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기름을 준비하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머리에 의지하는 약삭빠른  지혜와 그리고 자신의 지혜를 믿지 않고 늘 우직하게 깨어 준비하는 그런 지혜와의 차이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 것은 확실한데,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항상 현재를 올바르게 살아 미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임박한 시간, 그 시간에 살고 있는 것이 곧 우리의 삶입니다.  늘 준비하여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도 깨어 최선을 다하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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