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깜.복.기 1/2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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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1-26 ㅣ No.3063

다해 성 디모테오와 성 디도 주교 기념일

 

복음 : 루가 10,1-9

 

버려라

 

신학생 때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방을 바꾸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부터 한 곳에 정주하지 않고 떠돌이 신세로서 살아갈 방법을 터득하라는 이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사철이 되면 신학교내가 들썩들썩합니다. 여기저기서 짐을 쌓느라 들리는 소리들... 동료들과 함께 여기영차 힘을 내는 소리들... 저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야, 우리들은 나중에 신학교 나가도 할 일 하나는 있다. 최소한 이삿짐 센터에서는 일 잘한다는 소리 들을게 아니야..."하는 농담도 서로 주고받곤 했습니다.

 

이사를 자주 하다 보면 골치거리가 바로 짐입니다. 저는 신학과 3학년 때부터 짐을 하나 둘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자신을 봤을 때 괜히 욕심부리고 가지고 있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전 그 때 세상의 역설적인 단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짐이 적은 동료들은 짐이 많은 동료를 기꺼이 돕습니다. 하지만 짐이 많은 사람은 남을 도울 겨를도 없고, 오히려 남의 도움을 받습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나눌 것이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되었던 것이지요. 오히려 적게 가진 사람이 더 나눌 기회가 많다는 것을... 오히려 욕심 없는 사람이 나눌 수 있는 넉넉함이 있다는 것을...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아무 것도 가지지 말고 떠나라"

결국 욕심 없는 마음일 때 진정 주님의 평화를 만끽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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