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검불에도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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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주 [fdjej] 쪽지 캡슐

2000-06-24 ㅣ No.5748

 풀잎은 왜 나는 지천에 널려 있는 평범한 존재냐고 투정하지 않았다.

 풀잎은 왜 나한테는 꽃을 얹어 주지 않았느냐고 불평하지 않았다.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리기는 하였지만

 이슬방울 목걸이에 감사하였다.

 때로는 길 잃은 어린 풀무치의 여인숙이 되어 주는 것에 만족하였다.

 

 가을이 오자 풀잎은 노오랗게 시들었다.

 그리고 실날 같은 미미한 바람에도 이리저리 날리는 신세가 되었다.

 검불이 된 풀잎은 기도하였다.

 "비록 힘 한낱 없는 저입니다만 아직 쓰일 데가 있으면

  쓰여지게 하소서."

 

 어느 날, 산새가 날아와서 검불을 물어 갔다.

 산새는 물어 간 검불을 둥지를 짓는 데 썼다.

 그리고 거기에 알을 낳았다.

 산바람이 흐르면서 검불의 향기를 실어 갔다.

 무지개까지.

 

.

.

.

.

.

’검불’이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검불’은 작은 풀잎이 가을이 되어 마른 모습으로 떠도는 것을 말한데요.

여러분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알고 계시나요?

전 잘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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