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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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peace-maker] 쪽지 캡슐

2008-09-27 ㅣ No.8531

 

<23일차(9.26) 소식>

- 바람 찬 날, 쪽빛 가을 하늘에 순례의 마음을 담아봅니다. -

 

 

최근 나라 안팎으로 먹거리가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것이 없다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촛불을 들고 말한 것이 그리고 큰 죄가 될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그렇게 미래세대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먹거리’와 ‘생명’, ‘생태’에 대해 과심을 가졌지만, 낡아 인식의 권력 독점자들은 그들만의 기존 질서에 더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들의 어리석음이 사회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바람 찬 날, 쪽빛 하늘에 길을 묻는다.>
추웠습니다. 가을 더위를 걱정한 지 몇 일 지나지 않아 비가 연속해서 내리더니, 이제 추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 어제까지 숙소로 사용하였던 오수성당을 떠나 출발장소에 도착한 이후부터 오전 내내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과 산자락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몸은 사시나무 떨 듯 흔들리기만 합니다. 순례단 중 일부는 쉬는 시간 급하게 옷을 바꾸어 입어보지만, 한번 차가워진 몸은 무겁기만 합니다.

 


두 순례자 역시 예상치 못하였던 찬 바람에 쉬는 시간조차 모포를 두르고, ‘오래 쉬면 더 힘들다’며 연신 길을 재촉합니다. 쉬어야 할 시간에 쉬지 못하고 먼 산 돌아 나오는 바람을 따라 순례길을 갑니다.

 


오늘 하루 종일 가을날 찬 바람과 쪽빛 가을 하늘이 내려다보는 길에 순례를 지속하였습니다. 높고 높은 가을 쪽빛 하늘에 공동체가 가야 할 길을 묻고 또 묻습니다. 이제는 차가워진 대지에 머리를 조아리며 우리의 탐욕을 비웁니다.


그렇게 생명을 머금은 하늘과 대지의 기운이 만드는 자연의 순환은 항상 우리에게 자만하지 말라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은 늘 순례자의 몸을 흔들며 깨어있으라 하고, 높은 가을은 더 낮아지라 가르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인간의 오만함을 다스리는 자연 질서 앞에 겸손과 순응을 배우고,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찾아가는 하루 순례길이었습니다.

<바람의 길을 따라 순례는 계속됩니다.>
오늘 순례는 오후 4시 40분을 지나 일찍 종료되었습니다. 애써 무릎의 고통을 참던 수경 스님의 상태가 좋지 않아 무리 하지말자는 주위의 권유에 임실역 인근 지점에서 일정을 종료하고, 임실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에 앞서 오늘 순례길은 오수면 오수 오류리 이도령 주유소 인근에서 오전 8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두 분의 성직자를 포함하여 4명으로 시작하였고, 오후에는 공주 영평사 등 각 지역에서 참여하신 분들을 포함하여 약 80여명에 이르렀습니다.


추워진 날씨에도 휴식시간 마다 두 분의 명상은 계속됩니다. 도로를 마주보고 차량을 응시하는 신부님의 시선에도, 눈을 감을 채 도로를 등지고 명상하는 스님의 마음의 시선에도 , 때로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시대를 염려하는 마음은 가득합니다.

 


마치 두 분의 모습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큰 나무와 같습니다. 시절의 아픔을 간직하면서도 모든 이들에게 안식과 평온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큰 나무처럼, 세찬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면서도 하늘을 이고 굳건히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우뚝 선 모습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오후에는 공주 영평사와 고양의 ‘아다지오’ 모임, 광주불교환경연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등에서 순례길에 참여하였습니다. 순례단만 진행하던 오전에 비해 오후에는 대열이 길어지고 오체투지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참가하신 몇몇 분은 아무런 보호대 없이 오체투지로 순례를 참여하다 금방 무릎에 상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몇몇 분은 오체투지를 따라 하다 이내 힘들다는 듯 반절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렇게 많은 분들이 순례에 참여하였습니다. 두 순례자만을 위한 순례 참여가 아닐 것입니다. 스스로 길을 묻고 스스로 길을 찾고자 순례에 참여하였고, 그 길에서 많은 분들이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의 묻고 또 묻습니다. 우리가 잊으려 했던 그 길을 이제 다시 스스로를 낮추며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체투지 순례는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자리는 아닙니다. 거창한 이념의 자리도 아닙니다. 단지 생명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순례에 참여하여 나 자신의 변화가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성벽 안에서 두려움이 떠는 권력자를 향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해 공동체의 삶을 위해 ‘바로 보고 바로 듣고 바로 행하라’ 라는 의지를 바로 세우고,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생명에 대한 소중함의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며, 상생과 공존이라는 이름의 평화의 의지를 세우는 자리입니다. 10년도 되지 않는 권력을 바라보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내 삶의 변화를 이끄는 자리입니다. 그렇게 한명 한명이 촛불처럼 소금처럼 사회적 역할을 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것입니다.

 


오늘 진행된 도로는 계속해서 17번 국도입니다. 워낙 차량이 많이 소통하고 위험해서인지, 경찰조차 ‘이 부분은 피하거나, 토요일은 위험하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연락을 해 올 정도인 구간입니다. 그러나 오늘도 다행히 순례단 마지막 부분에서 교통을 열심히 통제해준 분들에 의해 무탈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전주-임실간 도로는 교통 사고가 많다고 하니 다음주에는 더더욱 조심하여 순례를 진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제 기쁜 소식을 전하였던 마웅저 선생님은 오늘도 여전히 차량을 통제하며 순례단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까지 외국의 여러 친구들이 기쁜 소식을 접하고 연락해 주었다고 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 순례단은 지나가는 차량에서 나오는 응원 소리를 들었습니다. 육중한 화물트럭이 지나면서 ‘신부님 스님 화이팅’하면서 속도를 줄여 지나가던 차량도 있었고, 창문을 열고 ‘힘내세요’ 소리를 지르던 운전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손을 흔들면서 경적을 울려주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함께 자리에 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나누는 분들이 감사 할 따름입니다. 물론 여전히 속도를 줄이며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참 먼길을 왔다 합니다. 경기도 고양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점심시간에 도착하고, 이후 순례단을 만나 순례길에 참여한 후 다시 먼길을 가셨습니다. 고양에서 일행과 함께 참여한 ‘아다지오’의 김미영 님은 “다들 말로만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이야기 하지만 두 분이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며, “두 분께 마음으로만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도와드리고자 왔다.”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갈등과 대립이 많은 상황에서 “화해와 상생의 노력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양심 있는 사람들과 지식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오체투지가 반갑습니다. 이를 계기로 바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을 순례단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짧은 만남 이후 다시 먼 길을 가야 하는 수고에 새삼 순례단은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광주불교환경연대 대표 법일 스님은 “국가는 국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의 소리를 대변해야 합니다. 소수특정인의 이익보다는 온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직 답답했으면 저렇게 오체투지를 하시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종교인들이 가야할 길을 대신가시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저는 타인을 인정하는 것이 사람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 속에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평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서로를 배려해야 하는데 아상에 빠져 있다.”며 사람의 길에 대한 생각을 피력하셨습니다. 끝으로 “두 분의 정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어 올바른 세상으로 가기를 바란다.”며 바람을 말씀하셨습니다.

현관 스님(영평사 대전 포교원)
님은 “두 분의 뜻에 동참하고 싶어 왔습니다. 애초 더 많은 인원이 오려고 했으나 행사 때문에 오지 못했다.”며 아쉬워 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뭉클합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해주시니 그 속에서 공감대가 울려 제 마음을 찡하게 합니다. 정부 정책이나 종교 간의 갈등을 떠나, 두 분 스스로가 ‘내가 이명박 대통령이고 잘못된 가치를 가진 위정자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참회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또 “서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를 하면 갈등이 화합으로 갈 수가 있다.”며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오체투지 순례를 바라보는 것이 더 힘들어 직접 참여하였더니 더 마음이 힘들다’는 이정화(대구)님은 ”경제논리에 의해 우리는 이명박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작은 촛불을 들 수 있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두 분이 앞장서 일깨워 주심에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배려하는 삶이 사람의 길이고, 두 분이 지금 하시는 오체투지가 생명의 길이며, 인간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공존하는 것이 평화의 길이라 생각한다.”며 진정한 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끝으로 “두 분께서 잃어버린 가치를 생각나게 깨우쳐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순례길. 그것은 순례자만의 길이 아닙니다. 이 길에 함께 참여하고 마음을 보태고 나누는 모든 분들이 이 길을 함께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그 마음이 순례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윤병일(서울) / 김미영 외 6인(고양 아다지오) / 법일 스님 외 5명(광주불교환경연대) / 현관 스님, 정수 스님, 홍성호 국장님 외 50명(영평사 대전포교원) / 전주 평화동 성당 사목회장 외 4명/ 이정화, 오주희(대구) / 정우식(불교환경연대) / 이권수, 백상일, 유응오(불교언론기자) / 윤주옥, 정결(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 김호영(안산)님 등이 함께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9월 27일(토) : 임실역(시작) - 관촌면 용산리 예원대 사거리(종료)
● 9월 28일(일) : 휴식 예정
● 9월 29일(월) : 관촌면 용산리 예원대 사거리(시작) - 관촌면 사선대 휴게소(종료)
● 9월 30일(화) : 관촌면 사선대 휴게소(시작) - 완주군 상관면 원룡암 입구(종료)
● 10월 1일(수) : 완주군 상관면 원룡암 입구(시작) - 죽림온천 입구(종료)
● 10월 2일(목) : 죽림온천 입구(시작) - 상관면 신리교차로(종료)
● 10월 3일(금) : 상관면 신리교차로(시작) - 전주시 완산구 안적삼거리(종료)
● 10월 4일(토) : 전주시 완산구 안적 삼거리(시작) - 전주시 아중역 입구(종료)
● 10월 5일(일) : 휴식예정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고양 아다지오에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영평사 대전포교원에서 밑반찬, 과일,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화순 양복사에서 점심 식사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광주불교환경연대 한경자님께서 음료수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전주 평화동 성당 사목회장 외 4분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대구에서 오신 이정화, 오주희님께서 과일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호법국장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김제 요촌성당에서 오신 권민자, 서경철, 안옥자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전주 고산성당 권순호 신부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임실 임실성당과 박종충 레오 신부님께서 저녁 식사와 하루 숙박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  서불대 이선애 님이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참가 일정과 수칙은 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8. 9. 26

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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