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함께 생각해 봅시다]

인쇄

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08-14 ㅣ No.766

 

                    ♠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국인에 대한 우리 공직자의 직무수행 태도-

 

나는 얼마 전 몇 명의 대학생들과 자리를 같이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름대로 뜻있는 방학을 보내느라 폭염(暴炎)에도 아랑곳없이 수해지구봉사 활동에 참여하거나 아르바이트 일에 열심인 모습들이 좋아보였다. 그런데 한 학생의 얘기는 결코 가볍게 흘려버릴 수 없는 그런 내용이었다. 착잡한 심경은 나만의 것이 아니길 빌며 몇가지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그 학생은 서울에서 대전을 가는데 새마을호를 이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티켓을 끊고 그 지정석에 가서 일어났다. 그 좌석엔 이미 한 서양인이 먼저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티켓을 보여주며 자신의 좌석임을 확인시키자 화를 벌꺽 내더라는 것이다. 그 외국인도 자신의 티켓을 꺼내 보여주며 전혀 알아듣지도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영어를 지껄여 댔다는 것이다.

 

학생은 그 외국인의 티켓에 이미 하루가 지난 일자가 찍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This ticket is not for today. Yesterday’s ticket." 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딴청을 피우는 그에게 더 이상 영어에 자신도 없어 하는 수없이 차장을 불러 문제의 해결을 요청했다고 한다. 차장이 와서 무효표임을 재차 확인하고 그 외국인에게 젊잔케 일어날 것을 요구했지만 그 외국인은 역시 큰소리를 치며 꿈쩍도 않더라는 것이다. 그러자 그 차장이 학생에게 외국인이 몰라 그런 모양이니 학생이 양보를 하고 대신 차장들이 이용하는 좌석에 앉아 가라며 학생을 데리고 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입석과 다름없는 불편을 격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학생의 말이 더 딱했다. 분명히 고의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도 그 외국인(대부분의 서양인들은 외국에서 영어를 쓰기 때문에 어느 나라사람인지 알 수 없다.)의 생떼쓰는 모습이 불쌍해서 양보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독한 놈이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이 학생의 말은 단순한 우스개감을 넘어 외국인 특히 서양인들의 한국에 대한 오만불손(傲慢不遜)하고 경거망동(輕擧妄動)함에있어 한국인에게 불쾌감 그 이상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더 서글픈 것은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 원인제공 또한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일선에 배치된 안이(安易)하고 무능한, 나아가 비굴(卑屈)하기까지 한 우리의 공직자들이 적지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나라 어느 곳에선가 쉽게 목격되는 이방인(異邦人)들의 횡포(橫暴)에 가까운 언행들이 있을 것이다. 횡단보도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너는 행위, 교통신호 안지키는 행위, 그리고 심심찮게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지하철 등에서의 한국 여성 희롱(戱弄), 구타 하물며 살인사건 등은 우리 사회를 분노케한다. 비록 소수일 망정 결코 가볍게 볼 현상들이 아니다.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짓밟는 행위들이기 때문이다.

 

이 대학생의 말 속엔 그 외국인이 우리 나라 공직자는 물론 국민을 매우 무시하는 상습적 행위를 일삼는 자로 비친다.  결국 정당한 요금을 지불한 승객이 자신의 권리를 박탈(剝脫)당한 채 불이익을 당하고 이미 무효인 표를 가진 자가 일종의 행패를 부리며 그 혜택을 받는 아주 볼쌍사나운 꼴이 돼버린 셈이다. 왜 우리는 당당한 자신의 권리와 또한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가.

 

공직자로서 승무원의 임무는 이런 부당한 행위를 단속하고 처리하여 모든 승객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여행을 책임지는 것이 아닌가. 이건 한낱 우스개 소리로 치부될 문제가 아니다. 미담도 미덕도 될 수 없다. 스스로 마음이 우러나 베푸는 친절도 양보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와 함께 필자가 일본에서 체험한 목격담을 하나 소개한다.

 

*** 일전에 나는 버스를 타고 가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어느 고등학생 청취자가 보낸 투고 내용을 읽는 것을 들었다. 내용인즉 어느 지방의 밀감밭에 여행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외국인이 무단 침입하여 밀감을 따는 것을 보고 지나던 학생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잠시후 나타난 경찰은 그 외국인들에게 혼내주기는 커녕 오히려 친절한 미소와 함께 겨우 몇 마디 하고 (언어 소통도 안되었겠지만)가 버렸다. 그 외국인들은 아무일 없었던 양 자기들 멋대로 밀감을 몇 개씩 따 먹고 갔다는 것이다. 그 외국인들의 오만함과 우리 공직자의 비굴하리만큼 저자세의 모습에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한 동안 마음이 매우 우울했다. 다행인 것은 부당하고 비굴한 자에 대한 분노(憤怒)가 우리 젊은이들의 가슴에 아직 살아 있음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참된 자존심을 지닌 주인의식이었다.

 

*** 위의 두 사례에 나타난 공통점이 있다. 우리 공직자들이 외국인에겐 필요 이상의 저자세로 관대(?)함을 보인다. 그러한 행동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볼 땐 그야말로 우스개감 일 뿐이다. 바로 봉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즐기고 악용한다. 우리 사회의 공직자 상 나아가 한국인 모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스스로 후진국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 또 위의 두 사람에겐 못된 외국인들에 대한 상반된 태도다. 한 사람은 그 부당성을 지적하면서도 자신의 권익(權益)을 찿지 못한 경우이다.양보할 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상황 설명에서 나타 남) 끝까지 따지지 않고 돌아 선 지극히 소극적 반응이다.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의 이해와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自尊心)이 허용치않아 우리 사회에 고발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지녔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생엔 반드시 책임 소재가 있게 마련, 나는 이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그 원인을 일차적으로 공직자들의 그릇된 직무수행(職務遂行)태도에서 찾고 싶다.

 

 

무대(舞臺)를 외국(선진국을 전제로) 으로 옮겨보자. 우리 한국인이 그와같은 행동을 했을 때 그 나라의 공직자들은 결코 우리 나라에서와 같은 코메디는 연출하지 않는다. 특히 아시안에겐 더 매몰차게 대한다. 누구나 세계배낭여행을 통해서 한 두번 이상의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나의 체험담***

 

일본에서의 목격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날 동경의 신주쿠 시내에서 볼 일을 보고 지하철편으로 숙소로 돌아 올 때의 일이다. 신나카노 역에 내려 개찰구에 줄을 서 한 명 한 명 개찰원에게 승차권을 주고 ( 그 역엔 개찰원이 직접 표를 받았다.) 나가는데 갑자기 그 개찰원이 이미 표를 내고 4~5m 이상 걸어 나가고 있는 노랑머리 두 서양인에게 고함에 가까운 소리로 불러 세우는 것이 아닌가. 되돌아 온 그 서양인들에게 표를 보여주며 마치 범죄자(犯罪者) 다루듯 호통을 치는 것이다. 너무나 당당하고 단호하게 (물론 자기 나라 말 일본어로) 말이다. 그 서양인들은 현찰을 건네주고 멋적은 표정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 개찰구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대부분 일본인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기괴(?)한 현장에 눈길을 주는 이는 없었다.  아예 관심들이 없었다. 매우 자연스런 기현상(?)이 아니던가.  적어도 나에겐 아니 한국인에겐 그러했다.

 

물론 그와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체코 프라하의 역에서 철길을 무단 횡단하던 한 아랍계 사람을 경찰이 끝까지 쫓아와 끌고 간 일, 독일과 네델란드에서 기차로 이동할 때 미국인과 호주 배낭족이 이등칸 유레일패스로 일등칸에 그것도 텅 빈 자리가 많았는데 앉았다는 이유로 추가요금을 받거나 아니면 이등칸으로 반드시 쫓아 낸 경우 등 허다하다.

 

어쨌든 일본에서의 현장목격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 신선한 아니 충격적이었다. 나는 여지껏 우리 나라 에서는 물론 동양권 내 여러 나라(중국, 라오스, 카보디아, 태국, 말레이지아, 싱가폴,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마카오, 인도, 네팔, 방글라데쉬…)에서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이 수시로 바뀌는 사회환경에 너무 길들여진 탓일까?

 

어느 사회든 그 사회의 규범이 있고 기강이 있다. 그것을 감독 단속하는 공직자가 있다. 원칙에 의한 공직자의 직무 수행 여부에 따라 그 사회의 성숙도(成熟度)는 좌우된다. 나아가 그 사회의 평판은 곧 그 나라 국민과 국가의 이미지가 되어 국경없는 지구촌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필자의 편견이 아니길 바라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려본다. 대체로 서양인들은 동양인에 대한 우월의식(優越意識)을 갖는다.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목격되는 현상이다. 지나친 비약일까 특히 우리나라에 대해 그렇다. 그 사례들은 이미 열거했다. 우리의 치부를 드러냄에 다름아니다. 자업자득이란 말과 일치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는 왜 악순환의 고리가 단절되지 않겠는가. 그들이 갖은 한국에서의 경험과 일본에서의 경험은 분명 다르다. 그들은 자기 나라에 돌아가면 자기들이 본대로 들은대로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정보가 되어 한국(일본)을 찾는 또 다른 여행자들이 들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마련인 것이다. 우리는 결코 지구촌의 우스게감이 아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안하고 있을뿐이다

 

-_-,, 선후진국을 떠나 알반적으로 모든 국가들은 공직자는 물론 일반 조직 사회에서 조차도 자국민을 우선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쉽게 본다. 자연의 이치이기에 보기에도 자연스런 것이다. 우리의 자화상(自畵像)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관심깊게 살펴 볼 일이다.

 

    * 일본인 공직자가 같은 일본인에게도 그렇게 범죄인 다루듯 호통을 치는지 나는 아직 모르고 있다.

 

      

                                                    -장 정 대-

 

 

***부끄러워할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부끄러워 하는 인간은 타인의 허위(虛僞)의 사상에 씌워져 있는 인간이다.  -釋迦-

 

 



4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