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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갑 [jockerp] 쪽지 캡슐

2002-07-04 ㅣ No.1903

 오늘도 간단한 짐을 챙긴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섭니다. 비가오나 눈이 오나 내 건강 내가 지킨다는 일념이지만 눈오는 날이면 견공(?)같이 기분이 좋지만 비를 맞으며 집을 나서기는 좀 청승맞은 것 같아 서쪽하늘을 잘 관찰하여 가릴 때도 있습니다.

 암능을 즐기는 등산가는 못되고 오래 살고 싶어 안전하고 편안한 길만 쫓아 비교적 오래 걷는 쪽에 속한답니다.

 초창기에는 숨을 헐떡이며 산 정상에 올랐을 때, 힘이 들어 그냥 곧바로 가까운 길로 내려가기에 바빴으나 좀 경험을 하다보니 이제는 능선길을 더 걸어서라도 좋은 길을 골라 하산하는게 신체에 후유증이 덜 하다는 것을 터득했습니다.

 북한산 대피소에서 시원한 샘물 한 모금을 마시고 능선을 타고 대동문을 거쳐 대성문에 이릅니다. 잠시 문턱에 앉아 땀을 식히고 일선사-형제봉방향능선-성인천-정릉매표소길,진달래능선길,보문능선-오봉-여성봉-송추유원지입구,다락능선-포대능선-오봉-여성봉-송추유원지 입구 길들을 비교적 자주 다니는 편이지요.

 한가지 불문율은.. 올라가던 길을 절대로 되돌아 내려 오지는 않는답니다. 별로 좋은 하산길은 아니지만 암문-비봉-향로봉-수리봉-불광사 매표소를 빠져나와 독바위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제일 빨리 집에 올 수 있어 좋지요. 가끔은 역방향으로 코스를 잡기도 합니다. (역코스를 잡던 정방향으로 가던 누구하나 시키는 사람 없으니 임자 맘이죠.)

 지하철 6호선 덕에 북한산이 더 가까워져 열심히 오르내리다 보니, 건강에도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어느 누구한테도 권하고 싶습니다. 친구들은 날더러 북한산 다람쥐라나..? 허나 근간, 북한산에는 다람쥐는 보기 드물고 밉살맞은 청솔목이 판치고 다닌답니다.

 그동안 여러해 동안 산행을 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남는 아쉬움이 있다면, 철따라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름모를 꽃들, 어김없이 움트는 새싹들, 어느새 짙푸른 녹음 우거진 그늘 길을 걷다보면 찬바람이 불어 형형색색 물들여지는 골짜기, 그리고 눈덮인 산촌.... 이 모든 창조주 하느님의 참 좋으신 섭리를 졸필로 나마 표현하지 못하고, 음치라서 노래를 불러 드리지 못함입니다.

 오늘 하루 안전한 산행에 감사드리며 대성문을 지나 평평한길에 접어들 즈음, 주머니속의 묵주를 꺼내 성호경을 긋고 ’고통의 신비’를 외면서 하산길을 재촉했습니다.    

                                           2002.7.2

 

 다음 바톤은 박종화 도미니코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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