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희망을 캐내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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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4-29 ㅣ No.3226

오늘은 봄 햇살과 그 싱그러움이 더한 날인 것 같습니다.

제 비밀의 정원이 따사로움으로 한 가득 찼습니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만개한 꽃들처럼 신자분들의 사랑으로 가득 찼습니다.

 

가끔 신부로 사는 제게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럴 때마다 그럴싸한 대답을 찾아 보지만 사실 그렇게 힘들게 살지는 않아서 그런지 딱히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게 없는 저를 발견합니다. 다, 주님의 은총이지 뭐~

 

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사제의 보람이요, 낙이 아닐까요?

그 이유로 결코 목마르지 않고 배부른 것이 사제인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 겸허히 주님 앞에 무릎꿇고 있는 저의 모습을 비추어 보니 꼭 그렇게 살지만은 못했음을 고백해 봅니다. 감사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평불만이 더 많았고(솔직히 좋은 본당에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럽든지...바보처럼) 하느님의 이름을 높이기보다는 욕되게 한 적이 더 많았는지도 모릅니다(하느님의 이름을 빌어 슬쩍 제 자신을 높이고 했지요).

뿐만 아니라 언제나 저의 뜻이 중요시되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좌절하고 실망한 적이 더 많았습니다. 그 동안 삶의 지향이 그분의 뜻 안에 있지 않았고, 제 일상에서 그 뜻을 찾기보다는 무시와 외면일색은 아니었는지...

 

이런 나에게도 희망은 있는 것인가?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을 늘 마주 대하면서 그분의 말씀이 어떻고, 뜻이 어떻고 하면서 참으로 그분 안에서 본 것이 무엇인가? 내가 무언가를 희망하고 있다면 그분 안에서 무엇을 희망하고 있는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또 없다고도 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희망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되는 건가요?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도 생겨나는 것! 그것이 바로 희망이라면 결국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건가요?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희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도 희망은 없겠지요. 희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얼굴에서 바로 티가 나잖아요.

 

오늘따라 새로운 희망을 간직하기 위해, 아니 늘 새로운 희망을 캐내기 위해 또 다른 꿈을 꾸고 싶어집니다. 개꿈!

 

아버지 주님께 희망과 믿음을 두고 살았던 스승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삶의 구석구석에서 희망을 캐내는 사제가 되어야 겠습니다. 울 월곡동 교우분들도 주님 안에서 늘 희망을 캐내는 주님의 사랑스런 자녀들이 되시길 기도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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