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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아버님의 장례미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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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0-03-11 ㅣ No.45

오늘 10시 천안 성황동 성당에서 있은 대전교구 이용호 신부(동창)의 부친 장례미사에 다녀왔습니다. 경갑룡 주교님께서 미사를 집전해 주셨고 많은 대전교구 신부님들과 함께 고인의 마지막을 아쉬워했습니다. 며칠전에 로마에서(현재 로마에서 유학중, 혼인법 전공) 급히 돌아온 이 신부도 만났습니다. 강론은 동창인 박진용 신부가 했습니다. 강론과 기타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서 가슴아픈 그러나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하려 합니다.

 

아버님(이 요셉)께서는 근 20여년 동안 어머님의 병간호를 해오셨다고 합니다. 이 신부의 어머님께서 오래 전부터 당뇨와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정말 정성껏 어머님을 간호하시던 아버님께서 먼저 사랑하는 어머님과 자녀들을 뒤로하고 하느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어머님도 위중하셔서 장례미사에도 오지 못하셨고, 들은 바로는 아직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것도 모르신다고 합니다. 아마 자녀들이 알리드리지 않은 듯 합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는 이미 오래전에 "한마음 한몸 운동"에 적극 동참하시면서 당신의 장기와 시신을 모두 기증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례미사가 끝난 후 장지로 간 것이 아니라 바로 성당 마당에 대기하고 있던 강남성모병원 엠블런스차에 올라 서울로 올라가셨습니다. 그것이 유족과의 마지막 이별이었습니다. , 장기기중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별식 때, 이 신부가 약간 북받치는 음성으로 앞으로 3년 뒤에야 아버님의 시신을 모실 수 있다는 말을 했을 때 적이 놀랐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버님께서는 일생을 성실히 그리고 사랑하며 사셨습니다. 병든 아내를 지극히 간호하는 사랑스런 남편이셨고, 자녀들에게는 훌륭한 아버님이셨고, 모든 신앙인들에게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모든 것까지 아낌없이 남기고 가신 그리스도의 참 제자이셨습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마치 모든 것을 다 소유할 것처럼 손을 꼭 쥐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아니 하느님 안에서 새로 태어날 때는 자연스럽게 손을 펴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가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물질도 아니요, 오직 하느님의 사랑 뿐이기 때문입니다.

 

박진용 신부의 강론 중에 참 오묘한 하느님의 섭리를 느꼈습니다. 혼인성사를 통해 맺어진 남녀가 일생 동안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가고,  순탄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서로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삶을 아버님은 당신의 삶을 통해 직접 보여주셨고, 그 아들인 이 신부는 최근에 통과한 석사논문으로 바로 혼인성사로 맺어진 남녀의 전인적인 사랑에 대해 썼다고 합니다. 아마도 아버님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살냄새가 푹푹 베어나오는 논문을 썼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이 신부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서 마무리 공부를 해야 합니다. 멀리 이국 땅에서 아버님을 여읜 슬픔을 딛고 다시 학업에 정념해야할 친구를 위해 여러분의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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