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78번 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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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94yjchoi] 쪽지 캡슐

1999-05-23 ㅣ No.83

정말 너무 섭섭하군요.

저는 남들 다 가지는 종교의 자유,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종교선택의 자유를 가지지 못했답니다. 모든 가족들이 이미 제가 태어나기 오래전부터 신자였으니까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저는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항상 힘들땐, 성당에서 조용히 혼자 지내곤 했답니다. 그리고 단 한번을 제외하곤, 제가 선택의 자유를 가지지 못한 데에 대해 오히려 자랑스러워 했답니다. 소위 대학총장의 자리로, 그리고 신부라는 지위로 많은 학생들을 사회의 저 골방으로 내 몬 95년의 한 '정치신부'가 저지른 사건을 제외하곤 단 한번도....

그런데 이 글을 읽고서 저는 이 글을 쓰신 분이 경찰서나 다른 곳, 즉 신자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물론, 많은 노동자들, 소외받은 분들이 성당에서 농성하는 것이 가져다줄 일반 신자들에 대한 피해를 모르는 바는 아니랍니다. 하지만, 솔직히, 대안으로 제시한 내용을 수긍하기엔 우리나라가 아직 합리적이질 못하답니다.

물론 명동성당이 지니는 사회적, 정치적 지위나 그 역할로 인해 여론의 집중을 쉬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긴하지만, 그보단, 그래도 그곳만이 다친사람, 병든사람, 억울한 사람이 그냥 마음놓고 울수 있는 곳이라 그런게 아닐까요? 물론 게중엔 이런 점을 악용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곳을 마지막 우리의 장소로 보고 있다고 믿습니다.

만약 수 천명의 사람들중 그러한 사람이 단 한명만이라도 있다면 말입니다, 우리의 신부님이 그러하고, 우리의 수녀님들이 그러하듯 그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곳은 단순히 수학적 합리성이나 효율성으로 버림받은 1명보단 신자 1000명이 소중하다고 이야기 하기엔 어려운 곳입니다.

비단 이일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저는 주님말씀 중에 잃어버린 아들이 찾아왔을때, 아버지가 큰 잔치를 베풀어 준다는 구절을 가장 즐겨읽습니다.

다시 한번만 우리 신부님, 수녀님, 큰 잔치도 필요없습니다. 그저 그자리만 내어 주십시오. 그리고 항상 신부님, 수녀님 곁에서 묵묵히 일열심히 하던 그 큰 아들들에게 그 농부의 말씀을 전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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