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가족들 가까이(연중 16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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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7-22 ㅣ No.1774

 

 

2002, 7, 23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마태오 12,46-50 (예수의 어머니와 형제들)

 

예수께서 아직 군중들에게 말씀하시고 계시는데 마침 당신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밖에 서서 당신과 말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예수께 "선생님의 어머님과 형제분들이 밖에 서서 선생님과 말할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당신에게 말한 사람에게 대답하여 "누가 내 어머니며 누가 내 형제들입니까?" 하셨다. 그리고 제자들 위에 당신 손을 펴시고 말씀하셨다. "보시오 (이들이) 내 어머니요 내 형제들입니다. 사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행하는 그런 사람이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사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행하는 그런 사람이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입니다" 라고 말입니다. 이 말씀은 결코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안에 분명히 예수님을 낳아 주신 어머니도, 예수님의 친척들도 함께 합니다. 예수님을 낳아 주신 어머니 마리아!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명하심으로써 구세주를 낳으셨으며 사랑하는 아들의 처참한 죽음의 순간까지 함께 하셨던 성모님은 진정 예수님의 어머니들 중의 어머니셨습니다.

 

우리도 흔히 말합니다. "우리와 같은 신앙을 고백하며, 함께 믿음의 길을 걷는 사람이 우리의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입니다" 라고 말입니다. 사랑 담긴 '형제님, 자매님'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며 함께 신앙 생활을 해 나갑니다. 그런데 이 안에 우리를 낳아 주신 어머니가 있는지요? 이 안에 우리와 피를 나눈 형제 자매가 있는지요? 가족들이 천주교 신자인지 아닌지를 묻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들이 열심히 성당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묻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지금 우리의 신앙 생활 안에서, 성당 활동 안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들과의 즐거움 때문에 가족들을 애써 뒤로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을 따름입니다. 가족들을 애써 뒤로 밀어내면서 궁색한 변명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거들먹거리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을 따름입니다.

 

사제로 살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할 것을...'이라며 아쉬움에 젖을 때가 가끔 있습니다. 성당에서는 모든 이에게 성실한 신앙인으로, 열심한 활동가로 인정받았지만, 그만큼 가족들로부터는 멀어졌습니다. 가족들은 나를 너그럽게 이해해주었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게 느끼기도 했지만, 그만큼 나는 가족들을 이용했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습니다.

 

나와 다른 가족들 중에서 "내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행하는 그런 사람이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묻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내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냉담을 하면서도 오히려 성당 활동에 열심인 아들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물심양면으로 밀어주신 부모님의 겸손한 고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서 오히려 어머니 마리아께 대한 한없는 믿음을 느낍니다. 비록 몸은 어머니와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오히려 마음으로는 항상 어머니와 함께 하셨던 예수님을 봅니다.

 

이제 비록 가족들과 한 자리에 함께 할 여건이 크게 제한받을 수밖에 사제로서의 삶을 살아가지만, 더욱 성실한 삶을 통해,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주님의 마음에 드는 사제가 되기 위한 자그마한 몸짓을 통해, 지난 시절 소홀했던 가족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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