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감사]나의 핸드벨 연주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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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수 [kangcarolus] 쪽지 캡슐

2000-11-06 ㅣ No.5307

어제는 여러 가지로 바쁜 날이었습니다.

먼저 부족한 저의 영명 축일을 축하해주신 주임신부님, 수녀님들, 그리고 사목회장님을 비롯한 금호동 성당의 모든 신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 식사에 손님을 초대할 때 친구나 형제, 친척 그리고 잘 사는 이웃들을 초대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나도 그들의 초대를 받아서 내가 베풀어 준 것을 도로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초대를 하더라도 다시 내가 돌려 받을 수 없는 사람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초대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 대신 하느님께서 마지막 날에 직접 나에게 갚아 주신다고 하십니다.

 

저는 오늘 새벽 이 말씀을 읽고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어제 저는 너무 많은 축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러다가 나중에 하느님께서 "한수야, 너는 세상에서 많이 되돌려 받았으니, 나는 네게 줄 것이 없단다"하시면 어떻합니까?

 

저녁 청년 미사 때는 멀리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사실 제가 부른 것이 아니고 극구 오시겠다고 해서 오신 분들입니다. 그 핸드벨 팀 이름은 "Sanctus"인데 이 말은 "거룩한"이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미사 때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하지요? 그 부분의 라틴어가 바로 "Sanctus"입니다.

 

이 Sanctus는 서울대교구 사회복지부에 소속되어 있는 핸드벨 연주팀입니다. 모두가 사회복지부에 속해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지요.

 

이 분들을 알게 된 것은 제가 신학생 때 매주 한 번 ’비둘기 교실’이라고 하는 장애인 시설에 교리 봉사를 나가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한 4년 정도 다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제 서품 받고는 가끔씩 월례 미사를 해주러 가거나 무슨 행사가 있을 때 가봅니다.

 

그때 이 선생님들이 핸드벨을 그 장애인 학생들에게도 가르쳐 주시더라구요. 물론 악보를 볼 줄 모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색의 색종이를 괘도에 붙여 놓고, 그리고 핸드벨에도 같은 색을 붙여 놓고, 선생님이 하나씩 짚을 때 마다 그 색의 종을 든 학생이 종을 흔들어 치는 것이지요. 박자가 잘 안 맞기도 하지만 그래도 종은 누가 치나 같은 청아한 소리를 내었지요.

 

그래서 그 때 봉사를 나가던 저와 다른 신학생들도 조금씩 배웠더랬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신학교 축제 때 발표회를 갖었었지요.

다음 사진이 바로 그 발표회 때의 모습입니다.

 

어떻습니까?

조금 모습이 어설프지요?

그래도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어제는 Sanctus 선생님들의 핸드벨 연주를 들으면서 신학교 때의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신자분들께 조금 미안했었습니다.

분명히 바쁘신 분들도 계실텐데 그렇게 오래 붙잡아 놔서 말입니다.

 

7시 20분이 되서야 미사가 끝났지요?

 

하지만 매일 있는 일이 아니니까 한번쯤은 시간을 내서라도 들어 볼 만한 아름다운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12월 26일에 연주회를 갖습니다. 아마도 장애인 돕기 정기 연주회일 것입니다. 혹시 이 연주회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저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미사를 마치고 그분들과 식사하고, 청년 레지오, 기타반, 청년 성가대 둘러 둘러 사제관에 들어오니 12시가 거의 되었더라구요.

 

참 바쁜 하루였습니다. 또 한 번 하라고 해도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수년간은 이런 일이 없겠지요?

내 주위에 신자들이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더 진하게 하루를 보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뭐 이제부터는 혼자 놀아야지요.

혼자서 더 잘 노니까?

그것(여러분들이 대체로 싫어하는 것)만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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