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저는 이런 사제가 될래요.

인쇄

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6-28 ㅣ No.3311

나무를 품지 못하는 산, 물을 머금지 못하는 산. 멋있는 산일 수는 있어도 좋은 산은 못됩니다. 모름지기 산은 나무가 있어야 하고, 물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들도 짐승도 모일 수 있습니다. 저 혼자 고귀할 수 있어도 더불어 살기에는 부족하지요.

 

예수님은 어떤 산이었을까? 설악산이나, 에베레스트, 히말라야. 웅장하고, 멋있고,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그런 산은 아니었으리라. 예수님은 뒷동산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쉬고, 누구에게나 자리를 마련해 주는, 나무를 아름드리 품고, 물을 한껏 머금은 그런 뒷동산!

 

여러 신자를 품지 못하는 사제 - 나무를 품지 못하는 산
범접하지 못하는 고고함과 거룩함이 있을 지라도, 예수님의 모습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됩니다. 자고로 사제는 뒷동산 같아야 하지 않을까? 개나 소나 다 와서 깃들일 수 있는 동네 뒷산. 고고한 척. 위엄이 있는 척. 뻣뻣해지는 웅장한 에베레스트 산은 되기 싫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노력하렵니다. 막 농사짓다 올라온 촌티나는 시골오빠라고 해도 좋습니다.

 

내 자신에게 주어진 사제의 길을 은총으로 받아들일 때, 사제는 고집과 독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나는 지금 내가 사제임에 얼마나 감사하고 은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주님, 감사합니다. 그저 죄인인 제가 사제인 것이 눈물겹게 감사합니다."



37 1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