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성당 게시판

내가 바짓바람을 일으키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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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완 [JohnCantius] 쪽지 캡슐

1999-06-17 ㅣ No.176

예전에-아니 지금도 강남엔- 초등학교-예전엔 국민학교-에선 치맛바람이 기승을 부리던 때가 있었다. 자기 아이만 잘봐달라고 이뻐해 달라고 바람을 일으키며 다니던 우리의 엄마들, 아줌마들... 지금 나는 학교에까지 가지는 않지만 아무튼 바짓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학원비는 아끼지 않으면서도 컴퓨터 사주기에는 망설이는 우리의 엄마들, 책사주기에는 인색한 우리의 엄마들 친구들과 나눠먹이기에는 너무나 마음이 가난한 우리의 엄마들 너무나 바쁜 우리의 엄마들 직접 과자를 만들어 주기에는 시간이 아까운 우리의 엄마들 숙제검사는 철저히 하면서도 일기쓰기, 책읽기 지도는 귀찮은 우리의 엄마들 학원은 빠지면 안되지만 학교에서의 특별활동은 빼먹으라는 우리의 엄마들 아이가 친구들과 놀고 있는 시간이 아까운 우리의 엄마들 아이들의 야외활동을 두려워하는 엄마들 아이들이 자기의 치맛자락을 붙들고만 있어야 안심을 하는 우리의 엄마들 문밖을 나서는 것만도 두려운 우리의 엄마들 학교에서의 야외활동에도 따라나서야 안심이 되는 우리의 엄마들 그런 엄마들 때문에 나는 바짓바람을 일으키고싶다. 아이의 가치관의 성장을 도와야 할 우리의 엄마들이 지금, 아이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막고, 수동적이고 이타적인 아이들로 자라고 있다. 나는 치맛바람 이전의 엄마들의 지긋한 눈빛을 기억하고 있다. 평소에는 아이 마음대로 하도록 지긋한 눈빛으로 나뒀다가도 위험한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 아이를 보호하는 사랑많은 우리의 엄마를 기억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엄마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잡고 있다. 아이의 성장을 막고 있다. 좀 더 느긋하게, 좀 더 자유롭게, 좀 더 자상하게 그렇게 키우기를 바라고 있다. 모자라는 사랑을 간섭으로 메우고, 모자라는 모정을 단속으로 채우고 있다. 학원에 보내기 보다는 그 시간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배려하자. 100점을 받아오면 기뻐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재밌고 자유로운 발상을 더 칭찬하자. 이제 점수로 신분이 상승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 얼마나 자신의 힘으로 독립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엄마들은 지금 그 독립을 막고 있다. 나는 바짓바람을 일으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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