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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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승 [stpeter] 쪽지 캡슐

2000-03-22 ㅣ No.3927

아버님의 회갑이셨습니다.

 

그래서, 휴가를 내서 본가에서 지냈죠. 아침에 미사를 보고, 할머니 산소를 다녀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마루에서 뒹굴던 저를 보시던 아버지가 빈체시오 봉사나 따라오라고 하시던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빈첸시오회에서는 동네의 불우한 이웃들에서 라면, 쌀 등을 드리고 있지요. 아버지와 함께 성당에 가서 라면을 10BOX 정도 가져다 시영아파트를 돌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 생각은 라면 한 BOX가 귀할 정도로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 보니 혼자 사시는 할머니,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아저씨 등, 너무나 고맙게 라면들 받으시더군요.

 

몸이 불편한 분들은 항상 문을 열어 놓으신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무슨 일이 날지도 모르고, 손님이 와도 직접 나가서 문을 열어주실 형편도 못 되기 때문이겠지요.

 

한 시간 남짓의 봉사였지만,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다는 것이 아직은 제게 기쁨보다는 아픔으로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자신에 대해 많이 반성도 되고요.

 

주일학교 교사할 때, 여름방학인가 세바 신부님이랑 함께 시영아파트의 장애인 한분 댁에 봉사를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처음인듯한데, 사실은 이번 사순에 보통때보다 더 방탕한 생활로 반성하고 있던 참에 그래도 뭔가 하나를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내 주위의 어려운 형제들을 너무 모르고, 아니 모른체하고 살고 있지 않았나?

 

그렇다고 제 생활이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래도, 잠깐이나마 제 세상과 다른 세상을 헐벗고 굶주린 주님을 보았다는 것만도 기쁜 일이네요. 신부님하고 약속한 금연을 지켜서 빈첸시오 성금을 꼭 낼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St.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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