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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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8-25 ㅣ No.1933

연중 제21주일(다해. 2001. 8. 26)

                                               제1독서 : 이사 66, 18 ∼ 21

                                               제2독서 : 히브 12, 5∼7. 11∼13

                                               복   음 : 루가 13, 22 ∼ 3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좁은 문'을 지은 앙드레 지드는 "힘을 다하여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려는 자도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좁고 그 길은 가늘어 그곳을 찾는 이가 적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정말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합니다.  우리가 믿고 있고,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가?'하는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선생님, 구원받을 사람은 얼마 안되겠지요?"하고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있는 힘을 다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 문은 좁지만 동서남북 어디에서도 들어올 수 있는 여린 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 신앙은 '보편적'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 문은 종교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이 아니며,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문도 아닙니다.  때문에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관계없이 들어설 수 있는 문입니다.  예수님이 사셨던 당시의 유다인들은 오직 유다인들만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지금도 그리스도를 믿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일부 종교에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길거리나 지하철 등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하고 외치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교회는 오랫동안 구원은 예수님을 믿는 이들만이 가능하다고 외쳤고, 그로 인해 다른 종교를 무시하고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 못 쓸 말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상처와 오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구원이란 하느님의 일이기에 인간이 독점할 수 없으며, 인간에 의해 독점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인간이 보장하는 구원은 구원이 아닙니다.

 

  우리는 숫자를 정말 좋아합니다.  기도를 해도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했는가보다는 몇 번을 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돈을 벌어도 벌었다는 사실보다는 얼마를 벌었는가를 중요시합니다.  무엇이든지 통계의 숫자로 생각하고, 숫자를 보아야 믿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우리 중 몇 명이나 구원될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구원받을 사람의 숫자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잔치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금 노력하라는 말씀이십니다.  하늘나라의 문은 '주인'과 같이 먹고 마셨다는 사실만으로는 '문'을 열어주지 않으며, 주인과 같은 동네에서 지냈다는 것도 문을 여는 데도 별 도움이 안됩니다.  우리가 교회라는 한 동네에 살면서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신다고 해도, 우리의 삶이 변화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문제는 '연줄'이 아니라 나의 삶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친분이나 지위가 아니라 정의의 실천이라고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내가 속한 집단이 특별히 선택받은 집단이거나 내 출신이 아무리 고귀하다고 해도, 그것은 나의 구원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구원의 문은 사방으로 열려진 문이지만 동시에 좁은 문이기도 한 것입니다.

 

  "나는 가서 다른 말을 쓰는 모든 민족들을 모아오리라.  그들은 와서 나의 영광을 볼 것이다."라는 오늘 제1독서의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처럼 구원은 모두에게 열려진 문입니다.  구원받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말씀을 듣기만 한 것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부터 회개하고,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면 유다인이든, 이방인든, 그리스도인이든 모두가 구원됩니다.

  우리는 제2독서의 "힘없이 늘어진 손을 쳐들고 쇠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우십시오.  그리고 바른 길을 걸어가십시오."라는 말씀처럼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올바르게 바른 길을 걸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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