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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덕/전례] 생각하는 글 -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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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한 [yunsh] 쪽지 캡슐

1999-06-25 ㅣ No.579

좋은 생각이란 책에 있는 글임다....

저 또한 이 글을 읽는 당신께 이런 친구가 되고 싶슴다..

 

 

 

나는 너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

 

 

나는 너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그것이 넓고 편안한 길이든 좁고 가파른 길이든

차분하고 담담하게 껴안아 믿음이 가는 친구.

 

그러던 어느날

불현듯 일상에서 벗어나도 좋을 시간이 오면

왕복 기차표 두장을 사서

한 장은 내 몫으로 남겨 두고, 또 한 장은

발신인 없는 편지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고는

은밀한 즐거움으로 달력의 날짜를 지워가는 친구.

 

행선지는 안개 짙은 날의 춘천이어도 좋고,

전등빛에도 달빛인줄 속아 콕콕 다문 꽃잎을 터트린다는

달맞이 꽃이 지천으로 널린 청도 운문사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건

너보다 한 걸음 앞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는것

그래야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이 불때 마다

지붕에 서 있는 풍향계가 종종 걸음치는 시골간이역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너를 기다릴 수 있으니까.

뜬금없이 날아든, 그리고 발신인 없는 기차표에

아마도 넌 고개를 갸웃하겠지

그리곤 기차여행에 맞추기 위해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의 일을 서둘러 끝내고 나서

청바지에 배낭하나 달랑 메고 기차를 타리라.

 

또한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기차의 율동에 몸을 맡긴채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비 도시적인 풍경을 보며

바쁜 일상에 함몰되어 지낸

그 동안의 네 생활과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차표 한장에 실어 선물한 사람의 이름을 흐룻하게 생각하리라.

 

예정된 시간에 기차는

시골 간이역에 널 내려 놓을 것이고,

넌 아마도

낯선 지역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과 기분좋은 긴장감을 느끼며,

개찰구를 빠져 나오겠지

그런후 너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네가...!' 하는 말과 함께 함박 상큼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미지의 땅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 발견한 안도감과

일박이일의 여행,

그 신선한 자유를 선물한 사람을 찾아낸 즐거움으로 말이다.

 

늘 곁에 있지만 바라보는 여유없어

'잊혀진 몸'이 되어버린 자연속에서 우리는

또 한번 여장을 꾸려

'함께 그러나 따로이'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도시를 떠난건

바로 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리고 일박이일의 여정을 끝냈을때 우리는

각자의 내면으로 향한 고독한 여행으로부터

무사히 돌아왔음을 축하하면서

우리 일상이 속한 도시를 향해 가는 기차에 '함께'오를 것이다.

내가 네게 선물한 차표가

결코 일박이일의 여정에 국한 된 것이 아님을,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네가 특히 힘들고 고단할때 보내질 선물이라는 것을

내가 너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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