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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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철 [munet] 쪽지 캡슐

2000-05-27 ㅣ No.2574

* 거미와 물방울의 사랑이야기... *

 

거미가 살았습니다.

그 거미에게는 친구가 없었답니다.

누가 보더라도 징그럽게 생긴 거미는 언제나 외로웠지요.

 

어느날 아침, 거미에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손님의 눈에는 거미가 너무도 예쁘게만 보였습니다.

손님은 거미에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손님은 거미집 한가운데에 조심스레 앉았습니다.

그 손님은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옷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손님을 발견한 거미는 살금살금 다가가서 말을 붙였습니다.

"넌 이름이 뭐니?"

"난 물방울이란다."

 

물방울이 맑고 영롱한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거미가 다시 물었습니다.

"넌 어디서 왔니?"

"난 네가 볼순 없지만 볼수 있구, 느낄수 있지만 느낄수 없는 곳에서 왔단다."

 

거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쉽게 설명해 줄 수 없니?"

"언젠간 너도 알게 될거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말이란 것... 자칫 거짓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거든..."

 

거미는 도무지 물방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너무 외로웠던 거미는.. 아름다운 물방울의 방문이 반갑기만 했습니다.

 

"물방울아 .. 저기... 부탁이 하나 있어.."

"말해봐, 거미야! 뭔데..?"

"너 나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없겠니?"

"친구..? 그래! 물론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 대신 한가지 약속을 해야 해.."

"뭔데..? 네가 내 친구가 되어 준다면 무슨 약속이든 들어 줄 수 있어."

 

거미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뭐냐 하면 절대로 날 안거나 만져서는 안돼. 알았지?"

"좋아! ..네가 나의 친구가 되어 준다니 난 너무 행복해!"

 

거미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마냥 좋아했습니다.

  

거미와 물방울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거미에게 물방울이 없는 생활은 이미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사랑스러운 물방울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방울과 한 약속이 있어 참고 참았지만..

날이 갈수록 만지고 싶은 욕망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하루는... 거미가 용기를 내서 말했습니다.

 

  "있잖아.... 너 한 번만 만져 보면 안되겠니?"

 

물방울은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그건 안돼.... 절대로..! 내가 너의 부탁을 들어 주었듯이 너도 나와의 약속을

  지켜줘."

 

거미는 물방울이 단호하게 거부하자 그냥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거미는 그런 물방울을 만져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습니다.

거미는 물방울에게 다시 애원했습니다.

 

  "나 딱 한 번만 만져 볼께, 응..?"

 

물방울은 거미의 애처로운 얼굴을 말없이 바라만 보았습니다. 한참 뒤에 물방울이

말했습니다.

 

  "거미야, 넌 날 사랑하니?"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하니?"

 

거미가 어이 없다는 듯이 반문했습니다. 그러자 물방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나와의 약속을 지켜줘."

  "........"

 

거미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푹 떨군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방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몰라 주는 물방울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어느 날... 실의에 빠져 있는 거미를 물방울이 불렀습니다.

 

  "거미야, 넌 날 사랑하지?"

  "그럼, 사랑하고 말고...."

  "만약에 말야.... 내가 너의 곁을 떠난다 해도 날 잊지 않을거지?"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해..?

 

  "만약 네가 떠난다면 난 웃는 법을 잃어버릴지도 몰라.

   그리고 평생을 너만 그리워하며 지내게 될거야."

  "거미야, 난 널 떠나가도 늘 너의 곁에 있을거야.

   난 정말로 널 사랑한단다. 그러니 너도 날 잊지 말아줘."

 

  "물론이지. 내가 어떻게 널 잊을 수 있겠니?"

  "좋아, 그럼 날 만져..."

 

물방울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거미는 너무도 기뻤습니다.

얼굴에 함박 웃음을 머금고 물방울을 힘껏 안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한순간에... 물방울은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거미가 물방울을 채 느끼기도 전에 그녀는 거짓말처럼 그렇게 지워졌습니다.

거미는 뒤늦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실을 후회하며

다시 돌아와 달라고 목청이 터져라 불러봤지만...

물방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알고 소중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할 즈음..

  우리는 더러.. 보다 중요한 사실을 잊곤 합니다.

  나의 눈에 맞추어 상대를 바라보는 이기는..

  서로의 벽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뿐.

  

  지금..

  곁에 있는 이가 어떠한 말을 하고 있는지 조심스레 귀 기울여 보세요.

  그대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이텔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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