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깜.복.기를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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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9-18 ㅣ No.3433

 

짐을 어느 정도 정리했습니다. 그래도 짐이 많더군요. 아직도 버리지 못한 그 무엇들로 인해 못내 아쉬웠습니다. 제 마음 안에 있는 짐들도 정리를 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하겠기에... 이렇게 부족하나마 몇 자 올립니다.

 

어느 날 제가 수영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어느 분께서 계속 자신의 한 쪽 다리에 시선을 떼지 않으시고 연신 주무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때 전 그 형제님의 눈빛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아~ 성한 다리보다 불편한 다리에 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저 역시 1년 반 동안의 월곡동에서의 생활이 성하지 못한 다리에 더 애정을 실어 넣던 그 형제님의 마음과 같았습니다. 제 삶의 징검다리 중에서 제가 밟고 지나가는 월곡동이라는 디딤돌이 소중한 추억으로 제 마음속에 살아있음을 고백해 봅니다.

 

누군가 자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편애하지 않고 골고루 푸근하고 넉넉한 사랑의 손길을 펼칠 수 있는 사제, 아낌없이 잘 해주지만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제, 언제나 그 누구와도 편하게 지내지만 언제라도 잊혀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제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나 어디에서 사는냐는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또 뭐가 되어서 사느냐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떻게 사느냐가 아닌가 싶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언제가 읽었던 원성 스님의 시선이라는 책의 시 한편으로 오늘 밤의 제 마음을 정리하겠습니다.

 

아쉬움으로 한숨쉬지 않으렵니다.
서러움으로 떨고있지 않으렵니다.
서글픔으로 눈물 보이지 않으렵니다.
외로움으로 지치지 않으렵니다.
이미 나는 이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데 초연해졌는지 모릅니다.
헤어지는 것에 마음 아픈 미련을 두지 않으렵니다.
만남은 언제나 이별을 기약했고
이별은 끝이 아닌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월곡동 교우 여러분들 건강하십시오. 주님 안에서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깜.복.기에 관심 가져주시고 용기를 실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추신 : 깜.복.기.는 깜찍이와 함께 읽는 복음일기의 약자였습니다.

         무슨 뜻인지 묻는 분들이 간혹 계서서...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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