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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대한민국 참극 발생할 뻔... 조선일보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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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웅 [fullofjoy] 쪽지 캡슐

2008-09-16 ㅣ No.8467

“리먼 인수하면 대박”···조선일보 이렇게 꼬드겼다

 

 

데일리서프라이즈 기사전송 2008-09-16 08:17

 

리먼 브라더스가 결국 파산했다. 미국에서 넷째 가는 대형투자은행으로 월스트리트를 쥐락펴락했던 대단한 곳이다. 그런데 그런 은행이 서브프라임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끝내 몰락하고 말았다. 서열 3위 메릴린치가 BoA에 흡수된 바로 그 날, 곧 '피의 일요일'에 벌어진 일이다.

 

미국 정부마저 살리기를 포기한 리먼의 비극은 우리나라와도 아주 무관하지 않다. 파산 직전의 리먼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저렴한 가격에 인수한답시고 진지하게 검토작업을 벌인 전력이 있어서다. 다행히 금융위원회가 나서서 제지함으로써 큰 비극을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지금에사 하는 말이지만, 만약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를 강행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미국 월가를 휩쓴 금융쓰나미가 국내 시장에도 고스란히 전달됐을 것이고, '9월 위기설'의 파고를 넘느라 허덕이는 국내에 미친 그 충격은 가히 치명적이지 않았을까.

 

채무액만 600조를 상회한다는 리먼 파산 소식을 듣고 있자니, 문득 떠오른 글이 있다. '우익의 전위'로 나선 조갑제 씨가 노태우 정권 시절에 작성한 '언론독재를 타도하는 길'(1989년)이란 칼럼이다. 그 가운데 이런 말이 나온다. 중견 기자들의 모임에서 나온 얘기를 인용한 대목이다.

 

"나라가 가장 빨리 망하는 방법은 야당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빨리 망할려면 신문사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행정부의 사람들이 언론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보면 아찔할 정도이다. 제발 우리가 하자는 대로 안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후략)..."

 

조 씨의 글을 느닷없이 복기한 까닭인즉, 대한민국 경제에 치명상을 가할 뻔한 산은의 리먼 인수작업 배후에 그를 부추긴 신문이 있어서다. 그 신문이 어떤 신문인지는 말 안해도 잘 알 것이다. 지금부터 조선일보가 이 문제에 대해 무어라 말했는지 하나하나 살펴 보기로 하자.

 

금년 1월 12일에 작성한 사설 '100년 만의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 기회가 왔다'에서, 조선일보는 "작년 한 해 아시아·중동 국부펀드들이 미국과 유럽 대형 금융회사에 투자한 자금은 6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부채질하면서 "우리는 세계 5위의 외환보유국이면서도 이런 전략적 투자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물론 이런 지분 투자가 손실을 낼 위험 부담도 있어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한 발 빼면서도 "그러나 이번 서브프라임사태가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인 것만은 사실이다"며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고 있는 미국 대형은행에 투자할 것을 적극 권유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의 권유는 8월 9일자 송희영 논설실장의 칼럼 '누가 월스트리트를 두려워하랴'에서 좀더 노골화된다. 앞서 소개한 사설에서 조심스레 한 자락 걸친 경고음마저 용감하게 삭제하고 "해외 대형 투자로 희망의 촛불을 켜라"고 등떠미는 송 실장의 글을 직접 읽어 보시라.

 

"나라 안에서는 경기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좁은 반도 안에서 서로를 타박하며 싸울 바에야 과감하게 넓은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려봐야 한다. 어쩌면 경기침체·인플레·금융위기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돌고 있을 때야말로 한국 경제가 해외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100년래 최악의 금융 지옥이라는 월 스트리트부터 한번 둘러보자. 베어 스턴스라는 대형 증권회사가 맥없이 무너진 후 메릴린치증권, 리만 브러더스를 비롯, 중소형 은행과 증권회사, 보험회사의 몸값이 뚝 떨어졌다. 이 중에는 전 세계 영업망을 갖추고 고급 인재를 거느린 브랜드이지만 떨이 상품으로 전락한 곳도 있다. 외환은행 사는 값으로 월 스트리트의 대형 증권사를 살 수 있을 지경이다. 잘 고르면 몇 년 후 엄청난 수익을 거둘 만한 물건들이다...

 

바로 이런 중대한 길목에서 우리는 세계 일류 브랜드를 손에 넣은 후, 단번에 몇 단계 뛰어올라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가다 보면 국제 사기꾼에게 속아 수천억원을 날리는 바보도 나올 것이고, 잘 투자했다가도 시장이 나빠져 깡통 차는 사례도 발생할 것이다. 이런 희생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수업료를 치르는 셈 쳐야 한다..."

 

그리고 다시 8월 27일자 조선데스크 칼럼 '월스트리트 울리고 웃긴 産銀'에서 김기훈 경제부 차장대우는 월스트리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산업은행의 미국 리먼브러더스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리먼을 인수하면 "서울과 월스트리트를 직접 연결하는 '금융고속도로'가 생긴다"고.

 

"리먼 인수는 위험과 기회가 팽팽한 초대형 빅딜(Big Deal)이다... 인수 후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면 전리품은 엄청나다. 서울과 월스트리트를 직접 연결하는 '금융고속도로'가 생긴다. 그러면 한국 금융기관들의 눈높이가 일제히 월스트리트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말로만 외치던 금융세계화의 문이 열릴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도 하지 못한 일이다... 만년 금융 후진국인 우리가 요즘과 같은 가격에 세계 일류를 인수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리먼의 위험만큼 기회가 커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9월 들어 산은의 리먼 인수작업에 금융위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면서 거침없이 나가던 조선일보 말발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한다. 9월 4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제목부터가 '産銀의 리먼브라더스 인수는 철저한 損益계산 위에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산은의 리먼 인수 시도에 대해 정부와 시장에선 찬반이 엇갈린다"고 지적하며, "국책은행인 산은이 손실 위험이 큰 은행 인수에 뛰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관우 금융위원장의 반대론과 "리먼 인수야말로 세계 금융중심 월스트리트로 가는 직행열차에 올라탈 기회"라는 찬성론을 앞뒤로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계속해서 "중요한 건 산은의 마음가짐이다"고 지적하며 "손실이 나도 책임을 미루면서 정부가 메워주기만 기다리는 종전의 국책은행 마인드론 안 된다. 민간 은행보다 더 철저하게 득실을 따져 인수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자신이 섰다면 해볼 만한 투자다"는 말로 사설을 매조지했다. 이전에 비해 조심스러워지긴 했지만 그러나 방점은 여전히 투자 쪽에 찍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본질적 입장에선 변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상으로 산은의 리먼 인수를 외곽에서부터 거들다가 차츰 중심부로 좁혀나가는 조선일보의 '강추' 사설과 칼럼들을 일별해 보신 소회가 어떤가? 머리가 '아뜩'하고 등골이 '쏴~' 하면서 "나라가 빨리 망할려면 신문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는 조갑제 씨의 인용글이 절로 오버랩되지 않는가?

 

내친 김에 언론의 무책임성을 질타하는 조 씨의 사자후를 마저 들어 보시라.

 

"언론은 그 속성상 무책임하다. 숱한 오보를 하고서도 정정은 커녕 사과 한 마디 없다. 대안도 없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많고 여론과 정부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서 결과적으로 일을 그르쳤을 때는 또 다른 구실을 찾아내 난도질을 한다...

 

이제 국민들과 공무원들은 언론을 무턱대고 믿거나 따르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 때다. 「신문에 났더라」가 사실여부의 척도가 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없이는 못 살지만 언론없이는 살 수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우리 군부의 한 핵심인사는 '요즈음은 군부독재가 아니라 언론독재다'고 했는데 '언론독재'를 타도하는 길을 기사에 대한 회의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문한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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