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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1주간 레지오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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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11-03 ㅣ No.1028

연중 제31주간 레지오 훈화(2002. 11. 3 ∼ 9)

 

 

  한 부자 사업가의 아들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습니다.  그는 기숙사에서 생활할 예정이었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간 첫날, 그는 욕실을 둘러보고 기겁을 했습니다.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아 매우 지저분했던 것입니다.  몹시 언짢아진 그는 곧바로 학장실로 달려갔습니다.

  "학장님, 이곳 기숙사의 욕실과 화장실은 너무 지저분합니다.  정말이지 학교에 다닐 마음이 싹 사라질 것 같습니다."  학장은 그에게 기숙사 방 번호를 묻고, 곧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잠시 산책을 하고 방으로 돌아오자, 욕실에서 쓱싹쓱싹 비질하는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욕실문을 덜컥 열어제쳤습니다.  문소리에 놀란 사람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뜻밖에도 청소부는 학장이었습니다.

  학장은 비누거품이 잔뜩 묻은 솔을 든 채 웃고 있었습니다.  "아니, 학장님!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시고 계시는 겁니까?"  "자네가 아까 욕실이 더럽다고 하지 않았나.  이만하면 깨끗하지?"  학장의 소탈한 웃음소리를 들은 그는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이보게, 우리 학교는 부자 학교가 아닐세.  기숙사 청소부를 따로 둘 만한 여유가 없다는 말일세.  그러니 우리 학교를 다니려면 청소쯤은 제 손으로 해야 한다네.  여기서는 모든 일을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게."

 

  가끔 우리는 우리의 일을 다른 사람이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단체의 장이 된다는 것은 온갖 모임과 교육, 피정 등에 빠지지 말고 참석해야 합니다.  모임과 교육, 피정은 단체의 장들만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모든 모임과 교육, 피정은 단지 단체의 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인데 말입니다.

  우리는 구분하려고 합니다.  너의 일과 나의 일을 말입니다.  우리 그러지 맙시다.  함께 합시다.  백지장도 같이 들면 가볍다고 하지 않습니까?  함께 하는 삶을 너와 나를 구분하지 말고 우리라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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