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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교황 선출순간 바티칸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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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5-04-21 ㅣ No.183

[경향신문 2005-04-21 08:00]

 

‘콘클라베’의 흰 연기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피어올랐다.

AFP 통신은 교황이 선출되던 순간의 콘클라베 상황을 “처음엔 박수와 눈물이 뒤섞였다. 잠시 후 저녁 식사 테이블에 샴페인이 올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선출은 그렇게 극적인 것이었다”고 묘사했다.


몇몇 추기경들이 자신이 지지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자 기쁜 나머지 비밀준수 서약을 깜박 잊고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독일 추기경 요하임 마이즈너와 칼 레만 등의 입을 빌려 새 교황이 결정되던 순간을 재구성해보았다.


18일 오전과 19일 오전 세차례의 투표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오후 4시 시스티나 경당에 모여 4차 투표에 들어갔다. 추기경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투표가 끝나자 검표원들이 표를 세기 시작했다. 표를 미처 다 개봉하기도 전에 라칭거 추기경 이름이 적힌 77번째 표가 나왔다. 115표 가운데 3분의 2를 초과하는 순간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라칭거는 침착하게 앉아 있었다. 라칭거를 지지했던 일부 추기경들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렸다. 잠시 중단됐던 검표는 계속 진행됐다.


라칭거에게 교황직을 수락하겠느냐고 물어볼 차례였다. 원래 이 의식은 수석 추기경인 라칭거 자신이 하게 돼 있었다. 자문자답할 수는 없게 되자 대신 차석 추기경인 호르헤 메디나 칠레 추기경이 질문했다. 라칭거는 망설임없이 “신성과 추기경들의 뜻에 복종해 수락합니다”라고 답하고 신에 대한 맹세를 했다. 그는 이어 미리 준비한 듯 “이름은 ‘베네딕토’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라칭거는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됐다.


오후 6시도 되지 않은 때였다. 개표 직후 이미 시스티나 경당 밖으로 흰 연기가 피워올려졌으나 광장의 순례객들은 검은 연기인지, 흰 연기인지 헷갈려할 때였다.


라칭거는 114명의 추기경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몇몇의 눈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그는 마이즈너 추기경에게 다가가 귀엣말로 “있잖아, 나 ‘쾰른’(오는 8월 세계청년의 날 행사가 열리는 곳)에 가겠네”라고 말했다.


다음 순서는 교황 복장으로 갈아입고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 앞에 나가 대중에게 인사할 차례였다. 교황은 시스티나 경당 별채의 ‘눈물의 방’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 방은 막 선출된 교황들이 임무의 막중함을 깨닫고 눈물에 목이 메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새 교황은 흰색 제의로 갈아입고 돌아와 성 베드로 광장 발코니로 나가 대중에게 ‘우르비 엣 오르비(로마와 세계여)’로 시작하는 인사를 했다. 이어 콩 수프와 콜드 컷(찬 고기와 치즈를 곁들인 요리), 샐러드와 과일로 짜여진 저녁 식사를 추기경들과 같이 나눴다.


〈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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