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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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choikwh] 쪽지 캡슐

2000-05-27 ㅣ No.1044

인생에서 다시오지 못할 화려한 백수생활이 지속되고있다. 아침 12시 반에 일어나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실량이면 상쾌한 공기대신 여름을 앞댕기는 강렬한 햇살과 하교하는 1,2학년 귀여운 병아리들이 나를 맞는다. 타는 날씨모냥 내 젊음도 푹푹 썩어가고 있는듯하다.

동네 야구르트 아주머니, 배달부 아저씨, 꼬맹이들...전에 보지 못하던 얼굴들을 자주보게

된다. 낮시간에 돌아다니믄 아주머니들이 다들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런눈빛 " 쯔쯔...imf 의 희생양이야 희생양 "

엄마가 진달래주랑 살구주 담그게 소주 사오라고 해서 대낮에 막소주 10병을 양손에 들고오다 수다중인 동네 아주머니들과 눈이 마주쳤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눈빛들..." 으이그...젊은놈이 대낮부터"

라면 사러가기두 겁난다. " 어머 불쌍해 ..못버니깐  못먹나봐 " ㅠㅠ

백수가 백주대낮에 돌아다니믄 유죄?

얼마전 운전면허 1종 기능시험을 보았다. 한번 끌어졌다.긴장했나보다

"침착해 침착해...이까짓걸 뭐"

마음을 진정시키구 출발 신호만을 기다리구 있는데 안전요원께서 "5점 안까낄라믄 안전벨트메요" 그랫다..이런 ..웬지 첨부터 느낌이 안좋더니 결국 기아 3단 넣고 언덕올라가다 시동꺼먹고 또 꺼먹고 이거 왜 안되지 연습할땐 됬는데..컴퓨터 차량은 첨 타봐서 실격 빨간불 들어왔는데 이상하다 선생님이 언덕에서 돌발 없댄는데 돌팔이 그러믄서 바빠 죽겠는데 웬돌발! 브레이크 밟구 비상등켜구 3초 기다리구 다시 낑낑 언덕넘으려구 하는데 친절한 안전요원 내리란다.

참 허탈했다. 아...

어찌어찌 2차 합격하구 월요일 주행시험이다. 많은기도 부탁.

오늘 80 까지 밟아봤는데 그 속도면 굿뉴스가 인터넷에 뜨는동안 명왕성 두어번은 갔다올듯

싶다. 도대체 150 은 상상이 가지않는 속도이다.

난 교사회를 그리고 교사들과 아이들을 사랑한다.

나 4학년 마지막 학기 라이문도 신부님과의 술자리에서 그런말씀을 들었다.

"능력만큼 봉사한다"

맞는 말씀이다. 성당에 봉사할수 있다는거 많이 봉사할수 있다는건 참 행복하구 복받은 일인듯싶다. 나 봐...하구싶어두 못하잖아

그래서 교사회를 잠시 떠났다. 꼭 다시돌아오리라 마음먹구 떠 난지 언....어휴...

얼마전 면접을 보았다. 간만에 머리두 산뜻하게 깍꾸 아껴둔 양복 쫙 빼입구 군대에서 배운 불광내서 구두 번쩍번쩍 닦고 금성무 장동건이 거울안에 있더만.

휘양찬란한 자태를 뽐내며 걸어가는 등뒤의 아주머니들 눈빛들 하며 " 밤에 일하는 사람인가봐"    "에이 면접은 왜 낮에 오라해서리"

할아버지 네분 앞에선 프란치스코... 어쩜 그리 거짓말두 잘하는지..

마치 이 회사를 위해서 태어났고 이 한목숨 다 바쳐 충성을 다하며 운명을 같이 할것처럼 구구절절 잘도 떠드는....가식 똘똘 뭉쳐...가증스럽긴..

면접후 확신을 했다. 됐다. 됐어.

그리구 기도를 했지. 하느님 이제 저 돌아갑니다. 당신이 부르신대루 소인 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겟습니다......

그러나.........................(ㅠㅠ)

면접을 볼때마다 늘 같은 기도를 드렸다. 돌아갑니다...돌아갑..

음...이제 안쓰실려나?

종종 이해하기 어려울때두 있다.. 구약을 보면 사람의 마음을 잘두 바꾸시더만 면접관 맘 획까닥 바꾸는것쯤 일두 아닐텐데...그럼 나 취직되서 좋구 가뜩이나 요즘 교사회 사람두 없는데 늘어서 좋구 좀좋아..

근데 하느님은 꼭 안그러신다.

그분의 뜻이 어딘는지 알수없지만 다행인건 날 사랑하시구 내치시지 않는다는점이다.

학점이 나쁘고 토익점수가 부족해두 냉정히 짤르시지 않는점이 동네아주머니들의 눈치를 보는 백수의 형편이지만 하느님을 미워할수없는 이유인 거이다.

아침이 밝아온다....오늘은 간만에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실수 있겠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말라

 속여두 당신을 사랑하는 하느님이 속이는 거니깐- ^^ 프코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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