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또 다시 당신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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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선 [anneshs] 쪽지 캡슐

2001-02-28 ㅣ No.1569

 

 

안녕하십니까!!

 

청년레지오 파티마의 성모pr. 단장  송해선 안나 입니다.

 

오랜만에 게시판에 글을 올려봅니다.

 

오늘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시기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금식과 금육으로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에 참여하게 되며,

 

우리 각자가 반성과 참회를 하며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더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미사를 드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작년과 별 다름없는 모습으로 지금 또 여기에 와서 앉아 있구나..’라는..

 

 

복음 말씀에서, 신부님의 강론 말씀에서, 그리고 성가에서....

 

이따금씩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 많은 생각과 느낌들이 머리와

 

마음속을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하고, 드러나지 않는 일에 감사하며,

 

아낌없이 베풀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그분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일임을

 

저는 분명히 알고 있었고, 지금도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레지오라는 봉사단체에 단체장을 하고 있는 저지만,

 

지금까지는 그러하지 못했고, 많은 잘못과 실수를 되풀이하면서

 

살았기에 오늘 아침이 더욱더 죄스러운 마음에 힘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청년여러분!!

 

사순시기를 맞으면서 여러분도 각자의 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보시리라

 

생각합니다.

 

내 잘못, 내 허물, 어리석음.... 이 모든 것들을 그분께 내어 보이십시요..

 

사랑이 많으신 분이시라 우리가 어떠한 죄를 짓더라도 참회하는 사람에게는 늘

 

자비하시다라는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기쁨의 부활, 은총의 부활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앞서 다가오는 사순에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하며,

 

거룩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지내야 하겠습니다.

 

 

 

 

 

- 또 다시 당신앞에 -

 

                                       

 

해마다 이맘때쯤

당신께 바치는 나의 기도가

그리 놀랍고 새로운 것이 아님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의 얼음도 풀리는 봄의 강변에서

당신께 드리는 나의 편지가

또다시 부끄러운 죄의 고백서임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살아있는 거울 앞에 서듯

당신 앞에 서면

얼룩진 얼굴의 내가 보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나의 말도

어느새 낡은 구두 뒤축처럼 닳고 닳아

자꾸 되풀이할 염치도 없지만

아직도 이 말 없이는

당신께 나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소서 이 죄인

 

 

여전히 믿음이 부족했고

다급할 때만 당신을 불렀음을

여전히 게으르고 냉담했고

기분에 따라 행동했음을

여전히 나에겐 관대했고

이웃에게 인색했음을

여전히 불평과 편견이 심했고

쉽게 남을 속단하고 미워했음을

여전히 참을성없이 행동했고

절제없이 살았음을

여전히 말만 앞세운 이상론자였고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소서 주여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 하셨습니다.

이 사십일 만이라도

거울 속의 나를 깊이 성찰하며

깨어 사는 수련생이 되게 하소서

이 사십일 만이라도

나의 뜻에 눈을 감고

당신 뜻에 눈을 뜨게 하소서

 

 

때가 되면 황홀한 문을 여는

꽃 한 송이의 준비된 침묵을

빛의 길로 가기 위한

어둠의 터널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내 잘못을 뉘우치는 겸허한 슬픔으로

더 큰 기쁨의 부활을 약속하는

은총의 때가 되게 하소서

 

 

재의 수요일 아침

사제가 얹어 주신 이마 위의 재처럼

잘디잔 일상의 회색빛 근심들을

이고 사는 나

 

 

참사랑에 눈뜨는 법을

죽어서야 사는 법을

십자가 앞에 배우며

진리를 새롭히게 하소서

 

 

맑은 성수를 찍어

십자를 긋는 내 가슴에

은빛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는

이 싱싱한 기도

 

 

" 주여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

 

 

 

 

- 해인 수녀님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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