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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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숙 [nomary] 쪽지 캡슐

2001-06-21 ㅣ No.1405

어~ 또 소나기가 내리네요~

어제도 갑자기 우리 동네에 소나기가 내렸는데...

 

게으름을 부리다가 끼니도 못찾아 먹고 아그들과 또 셤과의 전쟁을 치르러 나가기 전에 라면이라도 먹으려고 배고픈 김에 갖은 정성을 들여 특제 라면을 끓였슴다~

어라~~~ 수저를 드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잉~~~ 울 엄마 놀다 온다고 하시며 나가셨는데...

근데~ 아무래도 시장에 장보러 가신 것 같은 삐~일 느껴지더라구요~

순간~ 라면을 쳐다보고 이를 어쩌나~~~

투덜투덜하며 우산을 들고 밖으로 무작정 나가 봅니다...

 

시장에 가니 사람들이 다 비를 피하려고 어딘가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울 엄마도 있겠지 했는데... 시장을 한바퀴 다 돌고 주변 가게들 까지 다 둘러 봐도 아니 계시는 거 있지요~

갑자기 이젠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비 다 맞고 다니시는 건 아닌지... 남들 엄마 처럼 비 오면 집으로 전화를 해서 가져 나오라고 하던가 아니면 잘 피하고 다니기나 하시지... 하며 화가 나기 시작하더라구요...  

결국... 다 헤매다가 못 찾고 이를 어쩌나 하고 내 옷 마저 다 젖어서 돌아오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비를 맞고 양손 가득히 무언가 들고 오는 모습이 들어 옵니다~

역시나~~~ 울 엄마~~~

더 큰 시장에 가면 더 싸다고 먼 시장까지 가셨던 것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한소리 합니다~~~

"노친네가 비오는 데  비  다 맞고 뭐하는 거냐구~~~?"

어라~~~ 이게 아닌데~~~ 딴 소리만 하는군~~~

울 엄마는 더 하시더라구요~

" 비 오는데 나가서 맞으면 좀 이상하지만 얼마나 좋냐~ 이렇게 자연스럽게 비도 맞아보고~ 일부러 맞고 왔어~ 시원하잖아~~~"

역시나 울 엄마 임다~~~

 

언젠가 제가 다 컸다구 비가 와도 그냥 다 맞고 들어 가면 엄마가 빨래 하는 사람 생각해 봤냐구~ 뭐라구 하실길래~~~ 울 엄마 맞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그 말이 아니었나 봅니다...

 

나이가 들어 가장 속상한 건 내 주위의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철이 나려면 멀었는데...

 

여하튼~~~

집에 딱 들어오니 비가 그치더라구요~

덕분에 갑자기 제가 울 엄마 보호자가 된 묘한 느낌이었슴다~~~^^

 

항상 받고만 사는데 익숙해서 당연한 줄 알았었는데...

그동안 저희를 이런 맘으로 키우셨나 봅니다~

잔소린 줄 알았던 말씀들이 모두 사랑이었나 봅니다~~~

 

으이구~~~

철 들었다구요~~~?

노~우~!  엄마랑 또 한판 해야 함다~!

항상 제가 어린아이로만 보이시니까요~~~

 

갑자기 내린 소나기가 제겐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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